‘역전의 명수’ 상대로 대역전승… LPGA 대니엘 강 돌풍

입력
2020.08.10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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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이브온 챔피언십 이어 마라톤 클래식까지 2주 연속 우승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한국 선수들이 대거 빠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 한국계 돌풍이 이어지고 있다. 그 중심엔 코로나19 이후 열린 두 차례 대회를 모두 석권한 대니엘 강(28ㆍ미국)이 있다.

대니엘 강은 10일(한국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실베이니아의 하일랜드 메도스 골프클럽(파71)에서 열린 LPGA투어 마라톤 클래식 최종 라운드에서 3언더파 68타를 기록, 최종합계 15언더파 269타로 우승했다. 일주일 전 코로나19 휴식기 이후 첫 경기로 열린 드라이브온 챔피언십에 이은 2주 연속 우승이다. 올해 맨 먼저 2승 고지에 오른 대니엘 강은 25만5,000달러의 우승 상금을 받아 상금랭킹 1위로 올라섰다.

대역전극이었다. ‘절친’ 리디아 고(23ㆍ뉴질랜드)에 4타차 2위로 최종 라운드에 나선 대니엘 강은 이날 첫 홀부터 보기를 기록, 파로 막은 리디아 고와 타수가 더 벌어지며 우승과 멀어지는 듯했다. 대니엘 강은 그러나 자신만의 플레이를 펼쳤다. 2, 3, 7번홀에서 버디를 낚고 8번홀에서 보기를 기록했지만, 9번홀에서 다시 버디로 만회했다. 후반엔 14번홀가지 버디 두 개 보기 하나로 타수를 더 줄인 뒤 남은 홀을 모두 파로 막아냈다.

그런데 막판으로 갈수록 리디아 고가 흔들렸다. 14, 16번홀에서 보기를 기록했어도 마지막 홀을 앞두곤 대니엘 강보다 한 타 앞서있었는데, 마지막 18번 홀(파5)에서 어이없이 무너졌다. 세 번째 샷을 그린에 올리지 못한 리디아 고는 벙커와 벙커 사이에서 시도한 네 번째 어프로치 샷이 그린에 미치지 못한 채 또르르 굴러 벙커로 내려왔다. 벙커샷을 그린에 올렸지만 이마저도 정교하지 못해 2퍼트를 기록, 결국 더블보기로 허무하게 우승을 내줬다.



공교롭게도 리디아 고는 유독 한국 선수나 한국계 선수의 역전 우승이 많았던 이 대회에서 가장 강력한 ‘역전의 명수’로 꼽혀왔다. 2014년과 2016년 3라운드까지 선두에 각각 두 타차, 세 타차 뒤진 스코어를 뒤집고 우승한 이 대회 강자였다. 이번 대회에선 자신이 희생양이 된 셈이다. 대니엘 강의 대역전극으로 마라톤 클래식은 또 한 번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닌’ 대회임이 더 분명해졌다. 2015년 최운정(30ㆍ볼빅), 2017년 김인경(32ㆍ한화큐셀), 2019년 김세영(27ㆍ미래에셋) 등이 최종라운드에서 역전우승을 차지했다.

LPGA 투어에서 2주 연속 우승을 차지한 대니엘 강은 마지막에 고개를 떨군 리디아 고에 대해 애틋한 마음을 드러냈다. 그는 “마음이 아팠고, 뭐라 할 말이 없었다”면서도 “그러나 경쟁자로서, 친구로서 그가 극복해 낼 것이라 믿는다”며 “그는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선수임을 이미 증명했다”고 했다. 다승과 상금 부문에서 1위에 오른 그는 이제 세계랭킹 1위를 내다 보고 있다. 지난 드라이브온 챔피언십 우승으로 세계랭킹을 2위까지 끌어올린 대니엘 강은 “세계랭킹 1위는 내 분명한 목표”라면서 “투어가 중단됐다가 재개된 뒤로 정말 일관된 경기를 하고 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김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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