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고용시장에 미치는 파장이 여전히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5월 이후 고용보험 가입자수 증가폭은 조금씩 확대되고 있지만, 지난달 실업(구직)급여 지급액은 또다시 1조원을 넘어서면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월별 실업급여 지급액은 지난해 월 7,000억원대 안팎이었지만, 올해 3월 이후 매월 최고치를 고쳐쓰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10일 발표한 ‘고용행정 통계로 본 7월 노동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실업급여 총 지급액은 1조1,885억원으로 전년 동월대비 4,296억원(56.6%) 증가했다. 지난 6월 기록한 역대 최대치(1조1,103억원)를 한달 만에 갈아치웠다. 지난달 실업급여 신규신청자는 11만4,000명을 기록했다. 지난 3월 15만6,000명으로 급증한 뒤 6월(10만6,000명)까지 감소세였으나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실업급여 수급자는 73만1,000명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지난달 고용보험 가입자 수는 1,390만8,000명으로 전년 동월대비 18만5,000명(1.4%) 증가했다. 코로나19 이후 가입자 수 증가폭이 둔화됐지만 지난 5월 저점(15만5,000명)을 찍은 뒤 소폭 확대된 것이다. 다만 지난해 고용보험 가입자 월별 증가 폭이 50만명대의 고공 행진을 이어간 점을 감안하면 고용상황을 개선이라고 하긴 힘들다. 황보국 고용부 고용지원정책관은 “고용보험 가입자 수는 완만한 회복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이 같은 증가규모는 2003년 카드대란 이후 가장 적은 폭이라 여전히 고용상황은 매우 어려운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고용보험 가입자 수 증가는 서비스업이 견인했다. 지난달 서비스업 고용보험 가입자 수는 953만3,000명으로 전년 동월대비 23만7,000명(2.5%)늘었다. 교육서비스업과, 보건복지업에서 가입자수가 각각 3만8,000명, 10만9,000명이 증가했다. 그러나 도소매업과 숙박음식업에는 여전히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다. 특히 숙박음식업은 지난 5월부터 가입자 수 감소가 계속돼 지난달 2,000명이 줄었다.
산업 근간인 제조업 고용난이 계속되는 점도 불안요소다. 제조업분야 고용보험 가입자는 지난달 351만5,000명으로 1년 전보다 6만5,000명(1.8%)이 줄었다. 월별 감소폭으로 따지면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1월(9만9,500명) 이후 최대 규모다. 코로나19로 인한 해외 판매 부진 및 생산량 감소 등으로 자동차 부품업 중심으로 고용보험 가입자가 10만5,000명이 줄었고, 전자·통신업에서도 13만4,000명이 감소했다.
계속되는 고용난 대응을 위해 정부는 8개 특별고용지원업종 대한 고용유지지원금 지급기간을 현행 최대 180일에서 240일로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그러나 고용시장이 정부 재정 투입으로 겨우 버티는 상황이라 지속가능성이 우려된다. 당장 불어난 실업급여 지급액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지난 3차 추경을 통해 실업급여 예산을 당초보다 3조3,937억원 늘어난 12조9,095억원으로 확대했다. 하지만 올해 1월부터 지난달까지 총 구직급여 지급액은 6조7,239억원으로, 이미 과반을 지급했다. 서명석 고용부 고용지원실업급여과장은 “실업급여는 수치상 3, 4월에 비해 안정화 추세”라며 “좀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현재로선 올해 책정된 예산을 넘어서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