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권이 없어 월요예선을 거쳐야 했던 신예 김성현(22ㆍ골프존)이 올해 첫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1부투어) 메이저대회에서 깜짝 우승을 일궜다. 2부투어에서 뛰다 어렵사리 제63회 KPGA선수권대회(총상금 10억원)에 합류한 김성현은 쟁쟁한 우승 후보들을 꺾으며 그린 위 새로운 신화를 써냈다. 생애 첫 코리안투어 우승컵을 손에 쥔 주인공은 스스로도 “우승은 생각지도 못했다”며 감격스러워했다.
김성현은 9일 경남 양산시에 위치한 에이원컨트리클럽 남ㆍ서코스(파70ㆍ6,960야드)에서 열린 대회 최종라운드에서 버디 4개와 보디 1개를 묶어 3언더파 67타를 기록, 최종합계 5언더파 275타로 2위 그룹에 1타 차 앞서며 우승했다. 코리안투어에서 월요예선을 거쳐 출전한 선수가 우승한 건 김성현이 처음이다.
김성현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너무 운 좋게 (본선에)올라 이 자리까지 와서 기쁘다"며 "주변에 많은 분들이 도와주셔서 우승까지 할 수 있었다”로 고마워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골프에 입문한 김성현은 도내 중등부 대회를 석권하고 고등학교 진학과 동시에 경남춘계골프 남고부 우승컵을 손에 쥐는 등 재능이 남달랐다. 고등학교 2학년이던 2015년엔 전국체전에서 우승하며 국가대표로 선발돼 2016~17년엔 국가대표로 활동했다.
2017년 12월에 프로로 나선 김성현은 2019년 시즌에 일본프로골프투어(JGTO)로 진출했다. 지난 한 해 동안 톱20에 4회 진입하며 상금랭킹 59위에 올랐고, 일본 2부투어인 아베마TV투어에선 헤이와 PGM 챌린지 로드 투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김성현은 "작년 한 해 동안 일본에서 활동했던 게 (이번 우승에)도움이 많이 됐다"며 "이번 대회 코스가 일본 코스랑 비슷한데, 작년에 했던 기억이 남아 플레이를 잘 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올해 코로나19 여파로 일본이 아닌 국내 2부투어를 뛰게 된 김성현은 차츰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지난 6월 치러진 스릭슨투어 3회 대회 우승컵을 따냈고, 현재 스릭슨투어 상금랭킹ㆍ통합포인트도 모두 1위에 올라있다. 이날 우승으로 김성현은 올 시즌 1ㆍ2부 투어 우승컵을 모두 든 주인공이 됐다.
이번 대회에선 월요예선 공동 8위로 본선 출전 막차를 탄 김성현은 "내 플레이만 열심히 하는 걸 목표로 삼았는데, 그게 잘 풀려서 우승까지 오게 됐다"며 "우승할 줄은 정말 몰랐다"고 했다.
그는 이번 우승으로 1억8,000만원의 우승 상금을 따냈다. 상금으로 무얼 할 거냔 질문에 김성현은 미소를 머금은 채 “스릭슨투어 3승을 하면 부모님께서 차를 사준다고 하셨는데, 이야기를 해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이번 우승으로 KPGA 코리안투어 5년 시드(2021~2025년), KPGA 선수권대회 영구 참가 자격과 더불어 오는 10월 제주도서 열릴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CJ컵 출전권도 확보했다. 김성현은 "코로나19가 진정이 되면 다시 일본으로 향할 생각"이라며 "(코리안투어 출전권은)중간중간 시간이 될 때 참여할 것"이라고 계획을 밝혔다.
전날 치러진 3라운드에서 보디 5개를 범하며 2라운드에서 벌었던 타수를 줄줄이 잃었던 김성현은 이날 심기일전 해 반전을 일궜다. 김성현은 8ㆍ 9번홀에서 연속 버디를 기록하며 앞서나갔다. 후반 들어 보기 없이 타수를 지키던 김성현은 막바지 17번 홀(파3)에서 버디를 잡으며 왕정훈(25)과 공동 선두로 올라섰다. 이후 왕정훈이 보기를 범하며 단독 선두에 올랐고, 추격하던 다른 선수들이 타수를 줄이지 못하며 우승을 확정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