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면허시험도 공공서비스인데...서부면허시험장 부지 개발에 뿔난 서북청년들

입력
2020.08.09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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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서울시가 '8ㆍ4 주택공급 확대 방안'으로 마포구 서부운전면허시험장(약 7만㎡) 부지를 활용한 공공주택 건립 계획을 내놓자 서북권 운전면허 시험 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서부면허시험장이 문을 닫으면 마포구ㆍ서대문구ㆍ은평구에 사는 예비운전자들은 대중교통으로 왕복 3시간이 걸리는 강 건너 강서면허시험장이나 강남면허시험장으로 가야 하는 불편을 겪어야 하기 때문이다.

소득 수준과 상관없이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취득하려는 게 운전면허이고, 그런 점에서관련 시험 및 면허증 관리 등은 공공서비스의 성격을 띤다. 그런데 정부와 지차제가 대민서비스 시설 관련 부지를 주택 개발 지역으로 정해 부동산 정책에만 골몰한 나머지 공공서비스를 외면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지난 8일 오후 서부면허시험장. '8ㆍ4 대책'이 발표되고 시험장을 찾은 서북권 20~30대 청년들은 시험장 운영 중단 가능성을 크게 우려하는 분위기였다.

이날 필기시험을 보러 은평구에서 왔다는 한모(32)씨는 "필기시험은 꼭 시험장에서 봐야 하는 데 만약 이 시험장이 없어진다면 정말 불편해질 것 같다"며 "면허 수요는 꾸준히 계속될 텐테 시험장이 없어지면 이 지역에 사는 미래세대도 불편할 것 같다"고 걱정했다. 면허증 재발급을 위해 남편과 함께 이 곳을 찾은 김모(39)씨는 "면허 시험 뿐 아니라 면허증 갱신과 재발급을 하려면 반드시 이곳을 와야 한다"며 "면허시험증은 동사무소 못지않게 지역에 있어야 할 공공편의 시설인데 집만 더 지으면 된다는 식의 접근이 너무 성급해 보인다"고 비판했다. 서북권엔 유일하게 실기시험을 볼 수 있었던 성산자동차운전전문학원마저 지난해 문을 닫아 서부면허시험장이 사라지면 이 지역 일대는 운전 면허 시험 사각지대가 된다.

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서부운전면허시험장 이용자는 ㎡당 이용자가 2.5명으로 타 시험장(강남 3.8명/㎡ㆍ강서 3.5명/㎡ㆍ도봉 2.9명/㎡)보다 이용자가 적고 시설이 노후화돼 개발 지역으로 검토됐다. 정부와 시는 이 일대를 개발해 3,500호의 공공주택 건립을 계획하고 있다. 11개 사업 부지 중 시내 최대 규모다.

그러나 서부면허시험장이 없어지면 인근 강서면허시험장 등으로 수험생 등이 몰려 혼잡이 예상된다. 서울에서 운전면허시험을 볼 수 있는 공공시험장은 서부면허시험장을 포함해 네 곳에 불과하다. 시와 마포구 등에 따르면 서부면허시험장의 잔류 혹은 운영 중단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다. 시 관계자는 "도로교통공단에서 시험장 부지를 줄여 운영하는 방안도 가능하다고 해 시험장 부지를 축소해 운영하며 개발하는 방안과 이전 방안 등을 놓고 관계기관이 팀을 꾸려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양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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