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뚝딱 검증 어려워"... 문 대통령 '靑 순차 쇄신' 으로 수습?

입력
2020.08.09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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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영민 실장 시한부 잔류하며 후임 인선 마무리 가능성
김조원 강기정 김거성 수석 우선 교체 물망
'노 실장 후임 찾기'가 난제... 김현미까지 거론


문재인 대통령은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과 비서실장 직속 수석비서관 5명이 제출한 사표를 들고 주말 내내 고심했다. 사표 제출 사실을 청와대가 공개한 것은 문 대통령이 사표를 반려할 생각이 없다는 뜻이다. 7일 사표를 낸 6명 중 일부는 이미 교체 대상에 올라 있었고, 청와대가 '문재인 정부 청와대 3기 체제' 출범을 염두에 두고 후임을 찾는 단계였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이 곧바로 결단하지 못하는 건 후임자 인사 검증 등 현실적 문제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노 실장 등 극소수의 참모와 소통하며 인사 구상을 하고 있다고 한다. 문 대통령이 6명에 대한 후임 인사의 퍼즐을 맞추는 데 시간이 걸린다면 '노 실장을 남긴 상태에서 시간을 두고 후임 인선 마무리' 등 단계적 인사에 나설 가능성이 거론된다.

문 대통령은 10일 청와대에서 주재하는 보좌관회의까지는 어떤 식으로든 결단의 내용을 공개할 전망이다.



참모 6인 사표, 부분 수리? 전원 수리?

7일 사표를 낸 건 노영민 실장, 강기정 정무수석 윤도한 국민소통수석, 김거성 시민사회수석, 김조원 민정수석, 김외숙 인사수석이다. 청와대는 “최근 상황에 대한 종합적 책임을 지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지만, 8개월째 계속되고 있는 청와대 다주택 참모 논란에 대한 여파라는 데는 이견이 많지 않다.

9일 여권에선 ‘선별 수리’ 시나리오가 흘러 나왔다. 여권 관계자는 "후임 인선 문제도 그렇고, ‘뚝딱’ 결론이 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고 말했다. 다만 총선 이후 줄곧 교체설이 오르내린 강기정, 김거성, 김조원 수석 등이 우선 순위에 올라 있다. 특히 다주택 매각에 소극적이었던 김조원 수석의 거취는 민심과 직결돼 있다. 문 대통령이 대선 때 '검찰 출신 민정수석은 쓰지 않겠다'고 공약해 인재 풀이 극도록 좁은 게 문제다.

노 실장은 4월 총선 이후 교체설이 잠깐 피어올랐다가 연말까지는 자리를 지키는 것으로 정리됐었다. 그러나 노 실장의 거취도 열린 카드가 됐다. 그는 지난해 말 총선을 염두에 두고 '청와대 참모 다주택 처분 지시'를 내린 당사자다. 최근 서울 반포와 청주의 집을 처분하는 ‘성의’를 보였지만, 그가 유임되면 사표 제출의 진정성이 의심 받는 등 상당한 역풍을 부를 것이다. 이에 노 실장이 한시적으로 잔류하면서 인사를 마무리하는 방안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이에 우윤근 전 주러시아 대사,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정해구 전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장, 최재성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 등이 문 대통령 의중과 상관 없이 노 실장 후임으로 거론된다. 부동산 대책을 주도하는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의 이름도 9일 갑자기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김외숙 수석도 유임 가능성이 점쳐진다. 여권 관계자는 "김 수석이 나갈 분위기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일단 후임자 검증의 직접적인 책임자라는 점에서다. 다주택자이긴 하지만 매주 1,000만원씩 매도 호가를 낮춰가며 처분 노력을 다하고 있단 점이 감안됐을 것으로 보인다.

文대통령, 10일 수보회의에서 입장 밝힐까

문 대통령은 8, 9일 별다른 일정을 잡지 았았다. 문 대통령의 침묵은 길어지지는 않을 전망이다. 침묵이 ‘상황 방치’로 여겨질 수 있기 때문이다. 10일 오후 2시 청와대 전체 참모진이 참석하는 수석ㆍ보좌관회의가 열리는데, 이때까지는 문 대통령이 결단의 내용을 공개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청와대 관계자는 9일 “메시지를 내는 건 오롯이 대통령의 판단이라 예단하기 어렵다”며 말을 아꼈다.



15년 전엔 동반 사표 당사자였던 文대통령

참여정부 때인 2005년 초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이기준 교육부총리를 지명했는데, 아들 병역기피 의혹, 대기업 사외이사 경력 등에 휩싸여 닷새 만에 부총리 후보자에서 자진 사퇴했다. 당시 김우식 청와대 비서실장을 비롯한 인사추천위원 6명 전원이 사의를 표명했다.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이었던 문 대통령도 사표를 냈다.

노 전 대통령은 하루 만에 '사표 선별 수리'를 결정했다. 인사를 직접 담당하는 박정규 민정수석, 정찬용 인사수석의 사표만 수리했다. 노 전 대통령은 “중요한 결정은 내가 다 했기 때문에 참모들의 책임을 묻기가 참 난감하다”고 했다. 문 대통령의 사표는 반려됐고, 이후 대통령실장으로 승진해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실장이 됐다.

청와대 인사검증 시스템의 부실함이 도마에 오르는 등 여파가 이어지긴 했지만, 논란이 더 커지는 것은 막았다. 인사 문제가 정권을 흔드는 걸 차단하는 데 '사표 카드'가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둔 것이다. 15년 전의 경험은 문 대통령의 이번 결단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신은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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