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틱톡ㆍ위챗 제재, 불확실성 지렛대 삼는 트럼프식 전략"

입력
2020.08.09 17:20
"모호한 '거래금지'가 행정명령의 핵심
일관된 대중국 정책 모델 그대로 따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 애플리케이션(앱) 틱톡 및 위챗 모기업과의 거래를 금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지만, 그 내용이 모호해 '불확실성을 지렛대 삼는 전형적인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부연설명 없이 확대 해석의 여지를 남겨 해당 기업들을 불안하게 만듦으로써 결국 원하는 바를 얻으려 한다는 것이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7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도 그 효력이 내달 15일부터 발효되도록 한 데 대해 "거래 금지가 얼마나 광범위할 수 있는지에 대한 혼란을 일으켰다"면서 "이 같은 혼란이 이번 정책의 핵심"이라고 보도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행정명령문에 "국가안보를 지키기 위한 조치"라고 사유를 못박으면서도 '거래 금지'의 정의는 밝히지 않았다. 대신 상무부에 발효 이전까지 구체적인 정의를 내리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애플이나 구글의 앱스토어에서 틱톡을 삭제하는 방안 등이 포함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지만 실제 시행 전까지 관련 기업들이 그 내용을 분명히 알 수 없다고 NYT는 설명했다. 중국 전문가인 스콧 케네디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고문은 "트럼프 정부는 무엇을 다룰 것인지, 얼마나 빨리 금지할 것인지, 어떻게 시행할 것인지 등에서 많은 재량권을 남겼다"고 말했다.

당장 바이트댄스(틱톡)와 텐센트(위챗) 측은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미 공영 라디오 NPR에 따르면 바이트댄스는 미 연방법원에 이번 행정명령의 부당성을 주장하는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예고했고, 텐센트 측은 "내용을 완전히 이해하기 위해 행정명령문을 재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NYT는 이 같은 양상에 대해 "트럼프 정부는 2018년 무역전쟁을 일으킬 때부터 불확실성을 지렛대 삼아 상대를 위협함으로써 결국 물러서게 하는 일관된 행보를 보여 왔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모호한 틱톡ㆍ위챗 관련 행정명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대중 정책 모델을 충실히 따르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사실 이번 행정명령이 얼마나 갑작스러웠는지는 트럼프 대통령의 참모진 간 설전에서도 확인된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지난주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에서 스티브 므누신 재무장관과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ㆍ제조업국장이 각각 틱톡 '인수'와 '퇴출'을 주장하며 언성을 높였다. 한 전직 고위관리는 "대중 강경파인 나바로 국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어깨에 올라타 악마처럼 행동하라고 부추기는 반면 므누신 장관은 속도를 늦추려 노력하고 있다"고 촌평했다.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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