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최고위급 대만 방문 vs 中 '항모킬러' 둥펑 발사

입력
2020.08.09 15:30
에이자 美보건장관, 79년 단교 이후 최고위급 방문
대만여행법 본격 시행... 中 자극하고 우위 선점 의도
中, '항모킬러' 미사일 공개에 남중국해 실탄 훈련도


알렉스 에이자 미국 보건사회복지부 장관이 9일 대만을 방문했다. 1979년 중국과 수교하면서 대만과 단교한 이후 미국이 보낸 최고위급 정부 인사다. 중국은 '항공모함 킬러'로 불리는 둥펑미사일 발사 장면을 공개하는 등 남중국해 군사훈련으로 맞불을 놓았다.

에이자 장관의 이번 대만 방문은 사실상 '하나의 중국' 원칙을 폐기할 수도 있다는 미국의 경고로 읽힌다. 에이자 장관은 7일(현지시간)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전염병 유행에 성공적으로 대처한 대만의 방역 경험을 공유하고 양국 간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방문"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미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이 대중 유화정책을 접겠다는 확실한 제스처"라고 분석했다. 중국과의 전방위 충돌 상황에서 중국이 가장 민감해하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흔들겠다는 정치적 계산으로 본 것이다.

실제 에이자 장관은 사흘간 대만에 머무르면서 공중보건분야 대학원생 상대 강연과 함께 차이잉원(蔡英文) 총통 예방 일정도 소화할 예정이다. 이는 미국이 중국 압박용으로 마련한 '대만여행법'을 본격화하는 의미가 있다. 2018년 이후 미 의회가 대만과의 관계를 강화하기 위해 마련한 법안들 중 대만여행법은 미국과 대만 간 고위관료들의 자유로운 방문을 허용하고 있다.

미국은 나머지 법안들을 현실화하는 데에도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대만의 국제기구 회원국ㆍ옵서버 참여 지원(대만국제참여법)은 지난 5월 세계보건총회(WHA)에서 보듯 중국의 반대가 거세지만, 에이자 장관의 방문이 대만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성과를 치켜세우는 모양새여서 동맹ㆍ우호국 공조 체제를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 대만의 군사훈련 참가(대만보장법), 인도ㆍ태평양 동맹국과 대만의 협력 제고(대만동맹국제보호 밎 강화법), 중국의 대만 침공시 무력 개입(대만침공방지법) 등은 미국이 방어무기를 판매하는 기존 '대만관계법'을 보완하는 의미가 있다.

이에 중국은 둥펑-26 중거리 대함 탄도미사일 발사 장면을 공개했다. 사거리 4,500㎞인 둥펑-26은 괌 미군기지를 포함해 남중국해에 접근하는 미군 함정을 겨냥한 무기다. 대만 문제에 간섭하지 말라는 경고 메시지인 셈이다. 중국 로켓군은 산악지대에서 둥펑을 비롯한 미사일 발사훈련을 향후 한 달여간 진행할 예정이다. 해군은 11일부터 저장성 저우산 근해 등지에서 실탄 사격훈련도 벌인다.

베이징= 김광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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