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하스, 5년마다 온다는 '타격의 신' 계보 이을까?

입력
2020.08.10 07:00


KBO리그 최고 선수로 자리매김 중인 멜 로하스 주니어(30)가 5년마다 등장하는 ‘타격의 신’ 반열에 오를지 주목된다.

로하스는 9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20 KBO리그 한화전에서 팀이 3-1로 앞선 2회 2점 홈런(28호)을 쏘아 올리며 올시즌 홈런 부문 1위를 질주 중이다.

이 외에도 로하스는 타율(0.392) 최다안타(116개) 홈런(28개) 타점(72점) 장타율(0.770) 출루율(0.453) 등 6개 부문에서 리그 1위를 달리고 있다. 득점은 2위(70점)인데 1위 김하성(73득점)보다 4경기나 덜 치렀기에 2010년 이대호(롯데)가 달성했던 ‘타격 7관왕’ 신화가 재연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꾸준함도 돋보인다. 6월 월간 MVP를 수상한데 이어 7월에도 MVP 후보에 오르며 꾸준한 타격감을 과시했다. 8월에는 장맛비로 많은 경기를 치르진 않았지만 5경기에서 타율 0.471에 벌써 홈런도 3개를 보탰다.

내년에도 팀에 남아 ‘KT맨’으로 활약하길 바라는 마음에 KT 선수들은 ‘농담 반 진담 반’ 으로 “내년 팀 주장은 로하스”라고 말한다. 2017년 대체 외국인 선수로 합류해 4시즌째 호흡을 맞추는 로하스에 대한 신뢰가 묻어나는 대목이다. 로하스가 속한 KT는 꾸준히 5할 이상의 승률을 유지하며 팀 창단 최초의 가을 야구를 위해 달리고 있다.

로하스의 이런 역대급 활약은 2010, 2015시즌 각각 역대급 타격 성적을 냈던 이대호(롯데)와 에릭 테임즈(NC)까지 줄소환하고 있다.


2010 시즌 이대호는 ‘타격의 신’이라 불릴 만했다. 팀당 133경기를 치렀던 당시 이대호는 127경기에서 타율(0.364) 안타(174개) 홈런(44개) 장타율(0.667) 타점(133점) 최다안타(174개) 출루율(0.444)까지 타격 7개 부문에서 모두 리그 1위 자리를 휩쓸었다. 당시 타율 2위 홍성흔(롯데ㆍ0.350) 홈런 2위 최진행(한화ㆍ32개)과도 현격한 차이가 있었다. 특히 9경기 연속 홈런(8월 3일~14일)은 앞으로도 깨지기 힘든 전무후무한 기록이다. 세부적으로 살펴봐도 순수 장타율(IsoP) 0.364에 wRC+(조정득점창출력) 192.4, WAR(대체선수대비승리기여도) 8.82 등 무시무시한 성적을 남겼다. 그해 이대호는 정규시즌 MVP와 골든글러브(3루수)를 품에 안으면 최고의 한해를 보냈다. 다만 팀 성적은 정규시즌 4위로 가을 야구에 진출한 뒤 준플레이오프에서 당시 3위였던 두산에 패하면서 아쉬움을 남겼다.

5년 뒤인 2015시즌은 외국인 타자 테임즈가 앞선 이대호와는 조금 결이 다른 형태로 KBO 리그를 지배했다. 타율 득점 출루율 장타율 등 타격 4관왕에 오르면서도 47홈런(3위)과 40도루(5위)를 동시에 달성하며 역대 최초로 ‘40-40’ 클럽에 가입했다. ‘호타준족’의 최고 상징인 이 기록 역시 한동안 나오기 힘든 기록이다. 또 테임즈의 시즌 순수장타율은 2010년 이대호보다도 앞선 0.409를 찍었고 wRC+ 222.3 WAR 10.71이라는 괴물 같은 성적을 냈다. 당연히 골든글러브(1루수)에 시즌 MVP까지 수상했다. 하지만 테임즈의 소속팀인 NC 역시 정규 시즌을 2위로 마무리한 뒤 플레이오프서 3위 두산에 패하면서 ‘챔피언’의 꿈은 이루지 못했다.

강주형 기자
이주현 인턴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