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도청탐지 장비업체의 국가기관 납품을 돕는 대가로 수억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허인회 전 녹색드림협동조합 이사장이 구속됐다. 지난해 12월 한차례 구속 위기를 모면했던 허 전 이사장은 이번에는 구속을 피하지 못했다.
서울북부지법 박지원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8일 0시쯤 변호사법 위반 혐의를 받는 허 전 이사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법원은 "도망할 염려가 있다"며 영장 발부 사유를 설명했다. 앞서 검찰은 허 전 이사장이 2015년 국회에 수억원 규모의 도청탐지 장비 납품을 대리하는 과정에서 국회의원 등을 만나 청탁한 혐의가 있다고 보고 지난 4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허 전 이사장은 이날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전 취재진과 만나 피의사실에 대해 "대부분이 왜곡된 것이라 생각한다"며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허 전 이사장은 "경찰이 압수수색한 나머지 자료 중 우리가 방어할 수 있는 서류를 챙겨왔다"고 적극 대응했지만, 구속을 면하지는 못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에도 직원들의 임금 5억원을 체불한 혐의로 허 전 이사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이 이를 기각한 바 있다. 허 전 이사장은 녹색드림협동조합을 운영하면서 서울시와 한국에너지공단에서 수주한 사업을 자신이 최대주주로 있는 중소기업인 '녹색건강나눔'이나 자격미달 업체에 불법으로 하도급을 준 혐의도 받는다.
허 전 이사장은 1980년대 고려대 총학생회장을 지낸 이후 1985년 시국대토론회를 개최하다 구속된 이력 등으로 학생 운동권의 '대부'로 불린다. 새천년민주당과 열린우리당에서 두 차례 국회의원 후보로 출마했으나 낙선했다. 2004~2005년에는 열린우리당 청년위원장을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