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도청탐지 장비업체의 국가기관 납품을 돕는 대가로 수억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허인회 전 녹색드림협동조합 이사장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법원에 출석했다.
서울북부지법은 7일 오전 변호사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허 전 이사장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허 전 이사장은 이날 오전 10시쯤 변호사와 함께 법원에 출석했다. 검찰은 허 전 이사장이 2015년 국회에 수억원 규모의 도청탐지 장비 납품을 대리하는 과정에서 국회의원 등을 만나 청탁한 혐의가 있다고 보고 전날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허 전 이사장은 법원에 출석하기 전 취재진과 만나 언론이 보도한 피의사실에 대해 "대부분이 왜곡된 것이라 생각한다"며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허 전 이사장은 "본 안건 1건 외에 추가 별건 3건이 혐의 없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검찰은 1년 2개월 동안 7건의 별건 수사를 진행하면서 100여명을 소환 조사했고 12건의 압수수색을 진행했다"면서 "검찰과 피의사실을 유포하지 않기로 약속했는데 이미 보도가 많이 나갔다"고 말했다. 이어 "경찰이 압수수색한 나머지 자료 중 우리가 방어할 수 있는 서류를 챙겨왔다"며 "판사님이 자세히 물어볼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12월 수년간 직원들의 임금 5억원을 체불한 혐의로 허 전 이사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이 이를 기각한 바 있다. 허 전 이사장은 녹색드림협동조합을 운영하면서 서울시와 한국에너지공단에서 수주한 사업을 자신이 최대주주로 있는 중소기업인 '녹색건강나눔'이나 자격미달 업체에 불법으로 하도급을 준 혐의도 받는다.
허 이사장은 1980년대 고려대 총학생회장을 지낸 이후 1985년 시국대토론회를 개최하다 구속된 이력 등으로 학생 운동권의 '대부'로 불린다. 새천년민주당과 열린우리당에서 두 차례 국회의원 후보로 출마했으나 낙선했다. 2004~2005년에는 열린우리당 청년위원장을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