엿새간 최대 800㎜의 폭우가 북한 전역을 강타하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직접 나섰다. 수해 현장을 점검하며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당분간 북한 전역에 비가 더 내릴 것으로 보여 피해는 확산될 전망이다.
북한 노동신문은 7일 "김 위원장이 황해북도 은파군 대청리 일대의 큰물(홍수) 피해 상황을 현지 시찰했다"고 보도했다. 은파군은 개성과 평양 사이에 위치한 곳으로, 북한의 주요 수해 피해 지역 중 하나다. 은파군에서만 주택 730여동과 논 600여정보가 침수됐다고 북측은 밝혔다.
김 위원장은 이곳을 둘러본 후 전쟁 예비 물자와 식량을 풀어 수재민을 지원하라고 지시했다. 군대를 동원해 조속한 피해 복구에도 나섰다. '애민정신'을 강조해 민심을 다독이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특히 김 위원장은 5일 노동당 본부청사에서 당 정무국 회의를 열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위해 봉쇄한 개성시 생활 보장 대책을 밤 늦게까지 논의했고, 그 다음날 곧바로 수해 현장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 연일 계속된 폭우로 북한 내 피해와 민심 동요가 그만큼 심각하다는 방증이다.
실제 북한 기상수문국(기상청)에 따르면 이달 1~6일 사이 강원도 평강군은 854㎜, 금강군은 800㎜의 비가 내렸다. 황해북도 장풍군과 평안북도 구성군 등에도 600㎜가 넘는 비가 쏟아졌다. 북한 연평균 강수량(960㎜)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쌀ㆍ보리ㆍ옥수수 등을 재배하는 곡창지대인 황해도와 평안도에 피해가 집중되며 농작물 사수에 비상이 걸렸다. 북한 매체들은 "농경지 침수 피해를 막으려면 각 지역에서 저수지 물 유입량과 방출량을 신속하게 계산해 알려야 한다"고 주민들을 독려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에도 당분간 비가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남측 기상청은 북한 황해도, 함경남도 남부 지역에 8일까지 10~50㎜, 평안도에는 5~30㎜가 내리고, 다음주에도 북한 대부분 지역에 비가 계속된다고 예보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한도 이번 폭우로 심각한 피해를 입은 것으로 보이는 만큼 남북이 서로에 대한 위로 메시지를 보내야 할 때"라며 "남북 간 인도적 협력은 지속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