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의정부고가 흑인으로 분장한 학생들의 졸업사진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학생들이 얼굴에 검은색 칠을 하고 관짝을 든 모습이 인종차별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2009년부터 해마다 기발한 졸업사진으로 이목을 끈 의정부고는 종종 지나친 콘셉트로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문제가 된 사진은 지난 3일 의정부고가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공개한 이른바 '관짝소년단'(방탄소년단+관짝 합성어) 패러디물이다. 서아프리카 가나의 상여꾼들이 관을 들고 경쾌하게 춤을 추는 영상을 따라한 것인데, 이 영상은 유튜브를 타고 전세계에 확산하면서 국내에서 관짝소년단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가나에서는 상여꾼들이 신나는 음악에 맞춰 춤을 추면서 슬픔을 극복하고 고인을 좋은 곳에 보내주는 독특한 장례 문화가 있다. '관짝춤'의 주인공인 벤저민 아이두 '나나 오타프리자' 상조회 대표는 지난 5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춤을 추는 모습에 주목하면 유족들도 슬픔을 잊을 것이라 생각했다"며 "부모님이 돌아가셨다고 생각해보자. 여러분은 자신의 부모님이 여러분에게 어떻게 해줬는지 기억하지 않는가. 울어야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관짝소년단은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더욱 유명세를 탔다. 사망자가 급증하면서 세계적으로 패러디 열풍이 불었기 때문. 인도에서는 경찰들이 '코로나19'라고 쓰인 관을 매고 관짝춤을 췄고, 페루에서도 경찰들이 제복을 입고 관짝춤을 추는 영상을 공개했다. 코로나19 방역지침을 준수하지 않는다면 관에 들어가게 될 수도 있다는 경고 메시지다.
하지만 학생들의 패러디를 보고 국내에서는 인종차별적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검은 얼굴로 흑인을 우스꽝스럽게 표현한 것이 조롱의 의미를 담은 것처럼 보인다는 지적이다. 가나 출신 방송인 샘 오취리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2020년에 이런 것을 보면 안타깝고 슬프다. 웃기지 않다"며 "저희 흑인들 입장에서 매우 불쾌한 행동이다. 문화를 따라하는 건 알겠는데 굳이 얼굴까지 칠해야했냐"고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그러나 일각에선 지나친 확대해석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특히 춤을 만든 당사자인 벤저민 아이두가 자신의 SNS에 여러 패러디 영상들을 직접 올리고 '따라해줘서 고맙다'고 전하면서 "당사자가 괜찮다는데 과민반응할 필요없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한 누리꾼은 "이걸 불편하게 생각하는 이들은 '프로불편러'가 아닌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며 "특정인을 묘사하려고 분장한 것과 특정 인종을 희화화하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I*****)고 했다. 의정부고는 해당 논란에 대한 추후 조치를 논의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