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프로풋볼(NFL)팀 구단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젊은 시절 꿈 중 하나다. 그는 NFL팀을 사들이지 못하자 NFL에 맞서 1982년 만들어진 미합중국프로풋볼(USFL)의 뉴저지 제너럴스를 인수했다. USFL은 가을과 겨울에 열리는 NFL과 달리 봄여름에 경기를 치렀다. 1년 내내 풋볼을 즐기고 싶어하는 팬들을 겨냥해 시장을 개척하려는 전략이었다. NFL팀 구단주가 되고 싶었던 트럼프는 꼼수를 생각해 냈고, USFL 구단주들을 꼬드겼다.
□트럼프는 1986년 USFL 경기를 가을겨울로 옮기는 일을 주도했다. NFL을 상대로는 반독점소송을 제기했다. 막대한 배상액을 받거나 NFL과 합병할 수 있다는 계산이 작용했다. USFL이 우세해 보였던 소송전은 후반부 돌변했다. 트럼프의 거짓말쟁이 이미지가 악영향을 끼쳤다. 재판부는 시장 독점에 따른 USFL의 피해액은 1달러라고 판결했다. 독점금지법에 따라 USFL은 NFL로부터 피해액의 3배인 3달러를 받을 수 있었다. 재정 위기에 처한 USFL은 출범 4년 만에 문을 닫아야 했다.
□15년이 지난 2001년 익스트림풋볼리그(XFL)가 출범했다. USFL처럼 NFL의 대항마가 되겠다는 게 목표였다. 하지만 한 시즌만 치르고 리그는 중단됐다. XFL은 올해 19년 만에 재개됐으나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아 파산신청을 했다. 지난 3일 할리우드 배우 드웨인 존슨이 XFL을 1,500만달러에 인수했다. ‘더 록’이라는 별칭으로 미국프로레슬링(WWE)에서 활동하며 세계적 스타가 된 존슨은 원래 풋볼 선수였다. 마이애미대학 입학 당시 4년 장학금을 받을 정도로 촉망받았다.
□트럼프는 소송전 이후 NFL과 앙숙이 됐다. 2017년 NFL 선수들이 인종차별에 항의하며 국민의례 중 무릎을 꿇자 트럼프가 독설을 유독 많이 쏟아낸 이유다. 트럼프와 존슨도 껄끄러운 사이다. 존슨은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으로 반인종차별 시위가 한창이던 지난 6월 “당신은 어디 있는가, 지도자는 어디 있는가”라며 트럼프를 공박하는 동영상을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존슨은 NFL에 대적할 새로운 풋볼리그를 만들어 낼 수 있을까. 트럼프의 흑역사와 비교하면 흥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