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는 19세기 조선의 도화서 화원(圖畵署 畵員) 이택균(李宅均ㆍ1808∼?)이 그린 ‘책가도 병풍(冊架圖 屛風)’을 서울특별시 유형문화재로 지정키로 했다고 6일 밝혔다.
책가도란 책과 도자기, 문방구, 향로, 청동기 등이 책가(책장)에 놓인 모습을 그린 그림을 뜻한다. 이번에 서울시 유형문화재로 지정된 책가도 병풍은 서울공예박물관 소장품으로, 모두 10폭의 병풍이 연속으로 이어지는 구도를 취하고 있다.
궁중 화가인 이택균은 병풍의 폭마다 세로 3단 또는 4단의 서가(書架)를 배치하고, 그 안에는 각종 서책과 골동품을 자세히 그렸다.
병풍 폭마다 그려진 서가 칸의 옆면이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어둡게 표현되는 ‘명암법’, 책을 대각선으로 비스듬하게 그리는 ‘투시도법’ 등 서양에서 들어온 기법도 확인된다. 당시에는 이를 ‘사면척량화법(四面尺量畵法)’이라 불렀다.
휴대용 X선 형광분석기를 이용한 안료 성분 분석 결과 1850년 서양에서 개발된 인공군청(울트라마린 블루) 안료가 이 작품에 사용된 사실도 드러났다.
이택균은 유명한 화원 집안 출신으로, 그의 조부 이종현과 부친 이윤민도 책거리를 잘 그렸다. 본명은 이형록(李亨祿)이지만 57세이던 1864년에 이응록(李膺祿)으로 개명하고, 다시 64세인 1871년에 이택균(李宅均)으로 이름을 바꾸었다. 사망 시기는 1883년 이후이나 자세히는 알려지지 않았다.
서울시는 이 작품에 대해 “조선 후기에 상품경제가 발달하고 소비문화가 확산하던 풍조를 시각적으로 잘 대변해 준다”며 “작가의 작품 가운데서도 화격이 가장 뛰어나고 보존상태가 좋으므로, 이를 서울특별시 유형문화재로 지정해 체계적으로 보존ㆍ관리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지정 계획을 시보에 싣고 30일간 예고해 각계 의견을 수렴·검토하고 서울특별시 문화재위원회 동산분과의 심의를 거쳐 서울특별시 유형문화재로 지정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