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태산이다. 프로축구 K리그1(1부리그) 최하위 인천 유나이티드가 헛발질 행정으로 새 감독 선임 작업까지 문제를 일으켜 비난을 사고 있다. 최근 수년간 ‘잔류왕’으로 불리며 K리그1에 꾸역꾸역 버텨온 인천은 올해는 단 1승도 거두지 못한 채 또다시 ‘강등 0순위’로 전락했는데, 감독 재선임 작업이 시작된 이후 구단 내 주요 의사결정 과정에서 구태를 반복하고 있다. 경기력이 떨어지면 운영이라도 잘 해야 하는데, 프로답지 못한 행보가 반복되면서 구단을 향한 비판과 우려는 날로 커지고 있다.
인천이 6일 새 감독 후보로 유력했던 이임생 전 수원삼성 감독과 계약이 불발됐다고 밝혔다. 인천은 전날 이사회를 거쳐 이날 새 감독 선임을 공식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큰 틀에서 합의가 이뤄졌음에도 세부적인 조건에서 이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로써 지난 6월 28일 임완섭 감독이 성적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한 뒤 췌장암 완치 판정을 받지 않은 유상철 명예감독을 앉히려다 여론의 거센 비판을 받았던 인천은 또 한 번 감독 선임작업에 실패했다.
문제는 실패한 결과 보다 감독 선임에서 드러난 어이없는 결정과정이다. 시스템이 아닌 수뇌부 인사의 독단적 의사결정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게 구단 안팎의 목소리다. 유상철 명예감독의 벤치 복귀 시도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최근까지 같은 리그 내 다른 팀 사령탑을 맡았던 인사의 영입을 밀어붙이면서 축구계와 여론의 거센 비판을 받았다. 인천 관계자는 “통상 감독 및 선수 영입은 전력강화실이 주도한다”고 했으나, 이번엔 이천수 전력강화실장 등 실무진과 사전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임중용 감독대행 체제로 한 달 넘게 버텨온 인천은 또 다시 감독 선임작업에 돌입하게 됐다. 아시아축구연맹(AFC) 규정상 P급 라이선스가 없는 임 감독대행이 사령탑을 맡을 수 있는 기간은 최대 60일뿐이다. 늦어도 이달 말까지는 감독 선임작업을 완료해야 하는데, 앞선 두 차례 감독선임 작업 불발로 시간은 시간대로 흐르고, 분위기는 분위기대로 흐려졌다. 14경기를 치른 현재 인천의 성적은 5무9패(승점 5) 최하위로, 바로 위 FC서울(승점 13)과 승점차도 커 새 감독이 짊어 질 부담은 커질 대로 커진 모습이다.
인천 팬들조차 “강등을 걱정할 단계를 넘어섰다”고 우려하는 상황. 지금부터 기적을 만들어가며 K리그1에 잔류한들 지금 같은 의사결정 구조라면 내년, 내후년에도 비틀거릴 게 뻔하단 얘기다. 구단 관계자는 “새 감독 영입 작업이 다시 시작될 것”이라고 했지만, 새 감독이 어떤 과정을 통해 선임될지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