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에 주택 13만2,000호를 추가 공급하겠다는 정부의 8ㆍ4 부동산대책 발표 직후 여당 내 혼선이 점입가경이다. 과천시장ㆍ마포구청장 등 여당 소속 지방자치단체장은 물론 해당 지역구 의원들까지 반기를 든 모양새다. 이들은 공급 대책 필요성엔 공감한다면서도 “우리 지역구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난개발 우려와 사전 협의 불충분을 근거로 들었지만 전형적인 공공임대주택 기피 ‘님비현상’이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5일 지방 정부ㆍ지역구 주민 추가 협의 가능성을 거론했지만 논란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4일 정부의 수도권 주택 공급 대책이 나오자 정청래(서울 마포을)ㆍ이소영(경기 의왕ㆍ과천) 민주당 의원은 즉각 반대 목소리를 냈다. 정부가 지역과 사전 협의를 하지 않았다는 게 대표적 반대 이유였다. 정청래 의원은 정부 발표 4시간 만에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주민들의 항의 목소리를 듣고 기사를 통해서 (공급 대책 내용을) 알았다”고 했다. 이소영 의원도 “과천시민과 아무런 논의 없이 진행된 정부 발표”라고 비판했다. 태릉 골프장 부지 지역인 서울 노원구에 기반을 둔 우원식ㆍ김성환 의원도 고밀도 주택 개발이 주민들의 삶의 질을 저하시킨다며 정부에 계획 수정을 요구했다.
그러나 ‘우리 지역구를 피해달라’는 이들의 목소리는 그간 공공임대주택의 중요성을 주장해 온 것과 괴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청래 의원은 19대 국회 때인 2015년 공공주택 특별법 개정안 발의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국토부 장관이 주거약자와 저소득층에게 공공임대주택 관리를 포함한 주거복지사업 예산을 우선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등의 내용이 포함된 공공임대주택의 공공성을 강조한 법안이었다. 지난 4ㆍ15 총선 때 지역구인 의왕 월암지구 신혼희망타운 개발 지원 공약을 내걸었던 이소영 의원은 정부과천청사 유휴부지 개발은 우려하는 모순을 드러냈다.
해당 의원들은 여러 핑계를 댔지만 '집값 하락' 우려로 공공임대주택에 반발하는 지역 유권자 눈치만 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실제로 각 의원실에는 '공공임대주택 반대' 민원이 빗발치고 있다고 한다. 이번 택지 공급 지역을 지역구로 둔 한 의원은 “임대주택이 몇 만호 이상 추가된다는 얘기를 듣고 반대하는 사람도 있다”며 “정부 대책에 마냥 반대하기도 어렵지만 지역구 주민 이야기를 안 들을 수도 없어 아주 난감하다”고 털어놨다. 정청래 의원도 “상암동은 이미 임대 비율이 47%에 이르고 있다. 여기에 또 임대주택을 지어야 하는가”라고 이야기했다.
조정식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지역구 주민들의 반대 여론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의원들 입장은 이해된다”면서도 “공공주택을 늘려야 하지만 내 지역은 안 된다고 하면 안 된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오후 들어 사전협의 부족을 인정하며 ‘엇박자 사태’ 수습에 나섰다. 윤후덕 민주당 부동산 대책 태스크포스(TF) 단장은 “마지막 결정까지 협의 과정이 있어 사전에 주민, 해당 지역 선출직 공직자와 충분히 협의하지 못한 건 사실이다. 그 부분에 대해 죄송하다. 어제부터 지속적으로 협의하고 소통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태년 원내대표도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정책협의회를 구성해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공급 문제를 밀도 있게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래통합당은 비판을 이어갔다. 김은혜 통합당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집의 노예에서 벗어났다’는 자화자찬 하루 만에 벌어지는 '민주당판 님비'”라며 “서민을 위한다더니 내 집 앞 서민주택은 결사반대하는 웃지 못할 코미디”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