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에서 조난 당한 선박에 대한 예인 서비스를 두고 해경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경비함정을 이용한 예인 시간이 길게는 1주일 정도 걸리면서 해상치안 공백이 불가피한 데다, 선박을 끌고 오는데 소요되는 기름값도 만만치 않아서다.
6일 해양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3년간 해경의 조난 선박 예인 건수는 2,839건에 달한다. 2017년 877건이었던 예인 건수는 2018년 874건으로 3건이 줄었다가 지난해엔 1,088건으로 무려 24.5%(214건) 급증했다. 예인된 선박을 선종별로 보면 어선(1,308건)과 레저선박(1,279)이 대부분(89.5%)을 차지했다. 사고 유형도 기관이나 추진기 손상, 부유물 감김 등 단순사고가 92.1%(2,616건)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인명 피해가 우려되는 침수(48건)나 좌초(46건), 충돌(25건) 화재(28건), 전복(30건) 사고는 상대적으로 적었다.
이처럼 위험에 노출되지 않은 조난 선박 예인이 급증하면서 해상치안 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 지난 3월 5일 오전 제주 서귀포시 서귀항 남서쪽 492.6㎞ 해상에서 기관 고장을 일으킨 어선을 경비함정 2척이 끌고 오는데 63시간3분이 걸렸다. 통상 경비함정은 예인 시 2차 사고를 막기 위해 5노트(시속 9.2㎞) 안팎의 저속을 유지한다. 지난 6월 21일과 27일, 29일 전남 완도와 충남 태안 앞바다에선 세일링 보트 1척이 기관 손상 등을 이유로 3차례나 구조를 요청해 경비함정 4척이 동원되기도 했다. 단순히 항해만 불가능한 선박을 예인하는 동안 해상치안은 구멍이 뚫릴 수밖에 없는 셈이다. 해경 관계자는 "수년 전 중국어선들이 불법 조업을 위해 수십 척이 몰려와 긴급하게 경비함정을 총 동원해야 하는 상황에서 한 어선이 단순 고장으로 예인을 요청해 어쩔 수 없이 한 척을 보낼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기름값 부담도 적지 않다. 과거 제주 먼 바다에서 어선 한 척을 끌고오는데 경비함정 기름값으로 1억원 가까이 쓴 적도 있다고 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해경은 급박한 위험이 없는 선박에 대해선 다른 어선이나 해양수산부 소속 어업관리단, 민간자율구조선이 예인할 수 있도록 하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현실화하지는 못했다. 조난 선박의 예인선 섭외가 여의치 않고 조난 어선 예인 의무가 있는 어업지도선도 해경에 책임을 떠넘기는 일이 드물지 않게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민간자율 예인은 비용이 발생한 탓에 무료 예인을 실시하는 해경에 구조 요청을 하는 사례가 줄지 않고 있다. 조난 선박 예인과 구조, 구난 등에 민간자원을 우선 활용하는 미국, 캐나다 등과는 대조적이다.
해경의 다른 관계자는 "보트세이프 등 레저선박 예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가 이미 자리잡고 있는 미국, 캐나다 등과 달리 한국은 관련 산업이 뿌리내리지 못하고 있다"며 "예인선 구입비를 정부에서 지원하거나 보험으로 예인 비용을 부담하게 하는 방안도 보험료 인상에 따른 반발 등 한계가 있어 우리 실정에 적합한 방법이 무엇인지 고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