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3일 신임 검사 신고식에서 한 '독재와 전체주의 배격' 메시지가 정치권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추미애 법무부장관 등 여권과의 갈등 상황 속에서 나온 발언이라 여당에서는 윤 총장을 향한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이런 가운데 윤 총장이 최근 실시된 대선주자 지지율 조사에서 야권으로 분류된 인사 중 1위를 달리면서 그를 지켜보는 야당의 시선은 점점 '우리편'이라는 색채가 짙게 배어나오고 있다.
그를 향한 더불어민주당의 불편한 속내는 급기야 사퇴론으로 이어지고 있다. 설훈 민주당 최고위원은 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는 문재인 정부가 독재라는 주장이고 ‘문재인 정부’라는 주어만 뺀 교묘한 주장”이라며 “차라리 물러나 본격적인 정치의 길에 들어서라”고 촉구했다. 당 최고위원 후보인 김종민 의원도 이날 MBC 라디오에서 “윤 총장이 자기 정치를 하고 있다”며 “독재니 전체주의니 하면서 야당에 정치공세거리를 제공해주는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비판에 가세했다. 당권주자인 이낙연 의원도 전날 “특정 발언에 왈가왈부하고 싶지 않다”고 언급했으나, “검찰총장이나 감사원장, 그 누구도 직분에 충실해 주길 바란다”고 쓴소리를 했다.
다만 이해찬 대표와 김태년 원내대표 등 투톱은 ‘무시전략’으로 일관하는 모습이다. 검찰 관련 이슈가 터질 때마다 반복됐던 대변인단의 ‘검찰 때리기’ 논평도 한 줄 없다. 어차피 검ㆍ경수사권 조정 시행,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출범 등으로 검찰 힘 빼기가 기정사실화 된 상황에서 굳이 윤 총장을 비판해 그의 몸값을 올릴 필요가 없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반면 야권에선 ‘윤석열 띄우기’에 불이 붙는 모양새다. 윤 총장의 3일 발언과 관련해 김도읍 의원을 비롯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통합당 의원들은 5일 기자회견을 열고 “윤 총장 입장에서는 정치권의 그늘에서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를 수행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있을 것”이라며 “(윤 총장이) 절규하는 심정일 것”이라고 감쌌다. 앞서 3일에는 김은혜 통합당 대변인이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 칼잡이 윤석열의 귀환을 환영한다”고 공식 논평을 냈을 정도다.
지난 2월 윤 총장이 각종 여론조사 기관에 “정치적 중립이 요구되는 검찰총장에 관해 정치적 여론조사를 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며 제외를 요청했지만 이는 사실상 무색해지고 있다. 4일 리얼미터가 실시한 대선주자 지지율 조사 결과, 윤 총장은 13.8%의 지지를 받아 이낙연 민주당 의원과 이재명 경기지사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그를 야권 후보로 분류하면 단연 선두다. 뚜렷한 대선주자가 없는 통합당에선 윤 총장의 영향력을 기대를 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김종인 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도 최근 언론 인터뷰를 통해 윤 총장의 대선후보 가능성에 “윤 총장의 의사에 달려있다”고 여지를 열어놨다. 하지만 당사자인 윤 총장은 3일 신임검사 임관식에서 메시지를 던진 것을 제외하고는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청사 안에서 극도로 외부노출을 꺼린 채 두문불출하고 있다.
※상세한 내용은 리얼미터 홈페이지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www.nec.go.kr)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