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언 유착' 수사팀, 한동훈 수사 이어갈 동력 있나

입력
2020.08.06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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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5일 ‘검언 유착’ 의혹과 관련, 전 채널A 기자 2명을 강요미수 혐의로 기소했다. 하지만 4개월 남짓 수사에도 의혹의 핵심인 한동훈 검사장과의 공모 혐의는 밝히지 못했다. 수사팀은 추가 수사 의지를 내비쳤지만 여러 정황상 수사 동력을 이어가기는 어려워 보인다.

‘검언 유착’이 확인되려면 한 검사장과 이동재 전 기자가 함께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를 협박해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비리를 캐려 한 모의의 증거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수사는 이 전 기자 구속 이후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했다. 수사팀은 휴대폰 비밀번호를 함구하고, 1차 조서 열람도 마치지 않은 한 검사장의 비협조를 수사 장기화의 이유로 둘러댔다. 하지만 그보다는 한 검사장과 이 전 기자 간 대화 녹취록, 초유의 ‘검사 육탄전’ 사태까지 벌이며 들여다본 카톡 대화 내용 등에서 혐의를 입증할 결정적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 수사가 애초 윤석열 검찰총장의 최측근인 한 검사장을 겨냥한 것임은 부인하기 어렵다. 윤 총장이 측근 보호를 위해 대검 수사자문단ᆞ수사자문위 소집 등 무리수를 두다 수사지휘에서 배제되자 검사장 회의를 소집, 추미애 법무부 장관에게 맞서며 극한 갈등까지 야기됐다. 검찰 내부는 ‘장관파’ ‘총장파’로 갈라졌고 정치권과 언론계도 거센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지금은 잠잠한 듯 보이지만 이르면 6일 단행될 검찰 인사를 계기로 격한 충돌이 재발할 가능성이 남아 있다.

이는 정상이 아니다. 비정상은 원칙대로 풀어야 한다. 편법이나 무리수는 부메랑이 될 뿐이다. 수사팀은 법률적 근거와 판단 이외의 어떠한 고려 없이 수사를 진행해 증거가 나오지 않으면 신속히 수사를 종결하는 것이 정도다. 누군가를 ‘엮는 데’ 혈안이 된 수사는 검찰 수사의 고질이자 적폐다. 한 검사장은 떳떳하다면 무고함을 검찰 밖을 향해서만 주장하지 말고 제대로 수사에 응하는 것이 당당한 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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