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밝자 사고 현장의 처참한 모습이 그대로 드러났다. 4일(현지시간) 오후 6시 10분경 두 차례의 초대형 폭발사고가 발생한 레바논 베이루트항 일대는 5일 아침 마치 폭격을 맞은 듯 초토화돼 있었다.
드론으로 내려다 본 베이루트항 곳곳에서 연기가 피어올랐고, 파괴된 대형 사일로의 잔해가 마치 고대 유물처럼 위태롭게 서 있었다. 폭발의 원인이 된 질산암모늄 2,750t을 보관해 온 창고는 형체도 없이 사라졌으며, 주변 상가 건물 수백 동도 종잇장처럼 구겨진 채 참사의 순간을 증언했다. 거리마다 폭발로 날아든 건물 잔해와 그로 인해 파괴된 자동차가 즐비했다.
현지 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이번 폭발로 최소 100여명이 목숨을 잃고 4,000명 이상이 부상을 입었다. 중상자와 실종자가 많아 사상자 규모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일부 외신은 과학자들의 말을 빌어, 항구 창고의 질산암모늄 2,750t이 폭발한 위력을 75년 전 일본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자폭탄 '리틀보이'의 5분의 1에 해당할 것으로 추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