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가 5일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 관련 직권조사단을 구성하며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했다.
인권위는 이날 차별시정국장을 단장으로 하는 9명의 조사단을 꾸렸다고 밝혔다. 조사단은 박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과 서울시의 묵인ㆍ방조 의혹 등을 폭넓게 조사하게 된다. 인권위 관계자는 "조사 과정을 봐야겠지만 일단은 연내 마무리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당초 인권위는 시민단체 등 제 3자가 낸 진정을 조사하는 방식으로 진상 규명에 나설 계획이었다. 그러나 피해자 측이 "직권조사가 진정 형식보다 조사 가능 범위가 넓다"는 이유로 직권조사를 요청하면서, 지난달 30일 상임위원회를 열어 직권조사를 실시키로 의결했다.
조사단은 박 전 시장 성추행 건 외에도, 다른 지방자치단체의 성희롱 관련 사안과 제도 전반에 대해서도 종합적으로 조사하고 개선방안을 살펴볼 계획이다. 선출직 공무원에 의한 성희롱 사건 처리 절차도 조사 대상이다.
다만 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적잖은 시간이 걸리고, 구속력과 강제성이 없다는 등 한계는 있다. 인권위의 직권조사는 참고인의 증언과 임의제출 자료, 수사기관 요청 자료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탓이다. 실제 서지현 검사의 성폭력 피해 폭로 당시 인권위는 직권조사단을 꾸려 3개월 간 검찰 내 성희롱ㆍ성추행 사건 처리 현황을 전수조사하고 면담 등도 진행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검찰에서 '성추행 사건 진상규명 및 피해회복 조사단'을 통한 자체 조사에 나섰다는 이유로 조사는 잠정 중단됐고, 재개되지 않은 채 성과 없이 끝났다.
한국여성의전화 등 8개 피해자 연대 여성단체는 앞서 "서울시와 서울시 전·현직 관련자들은 인권위의 조사에 엄중히 임해야 한다"며 "수사기관 또한 인권위의 자료요청에 최선을 다해 협조하라"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