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로켓배송, 외국에선 믿을 수 없는 일... 아마존도 불가능"

입력
2020.08.06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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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ㆍ우버 이어 쿠팡 선택한 전준희 부사장
 "네이버 등 경쟁사가 따라잡기 불가능…
물류 최적화 위한 인력 AI 기술 투자 늘릴 것"


"한국 전자상거래(이커머스)는 주문하면 다음 날 도착한다고 말하니 미국 동료들이 '그건 미친 짓이야(That's insane)!'라고 하더군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 역력했다고 했다. 그들에게 한국의 전자상거래 시스템은 사실상 소설 속 시나리오에 가까웠던 셈이다. 오랜 미국 생활을 정리하고 지난달 말 쿠팡에 합류한 전준희 신임 부사장이 전한 에피소드는 그랬다. 농담처럼 건넸지만 구글과 우버에서 유튜브 TV 개발총괄 등 핵심 프로젝트의 컴퓨터 사이언스ㆍ소프트웨어(SW) 엔지니어링 전문가로 지낸 그가 한국행을 결심한 계기이기도 했다. 세계 1위인 아마존은 물론이고 유니콘 기업들이 밀집된 실리콘밸리에서도 불가능한 일을 현실에서 구현했기에 쿠팡으로 향한 그의 명분은 충분했다.

지난 3일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에서 만난 그는 "로켓배송 개발총괄을 맡고 있다"고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를 소개했다. 쿠팡은 익일 배송하는 로켓배송부터 새벽배송, 당일배송까지 확대했다. 그는 로켓배송의 가치가 단순히 '빠른 배송'에 그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아마존도 원칙적으로 하루 만에 배송해 주는 프라임 서비스가 있지만 실제 배송에는 2, 3일 걸린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전 부사장은 "주말 바다 여행을 위해 아이스박스를 주문할 때 적어도 수요일에 해야 하는 것과 금요일에 해도 다음 날 해변으로 떠날 수 있는 건 큰 차이"라며 "로켓배송은 다른 나라에선 믿을 수 없는 일이며, 물류 쪽에선 쿠팡이 아마존보다 훨씬 진화했다"고 강조했다. 실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세계 곳곳이 생필품 '사재기'로 골머리를 앓을 때도 유독 한국은 빠른 배송 시스템 덕에 문제가 없었던 점이 주목받기도 했다.

현재 쿠팡의 '물류창고→허브(지역별 거점)→캠프(소비자 근거리 배송센터)'로 흐르는 물류 시스템 안에선 매일 수 백만개의 상품들이 쉴새 없이 이동 중이다. 시스템 내 재고는 대부분 소진된다. 분배작업이나 선주문 오류 등으로 버려지는 비중이 1%가 안 된다. 물류 센터 범위는 전국 3,400만명이 10분 내 제품 받기가 가능한 규모로 퍼져 있다.


배송 업계에선 '넘버1' 수준이지만, 물류 인프라 확장과 함께 쌓인 3조7,000억원의 누적 적자, 백화점을 포함한 전통 유통기업뿐 아니라 네이버까지 뛰어드는 경쟁상황 등은 쿠팡이 직면한 현실이다. 하지만 전 부사장은 "경쟁사가 따라오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물류센터와 주문건수가 '규모의 경제'를 형성해 효율성을 높이면서 돌아가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서울시내 한 개 구에 주문이 100개 들어올 때와 아파트 한 동에서 100개 들어올 때 주문 건수는 같지만 배달기사의 배송 효율은 아파트 1개 동만 돌 때 훨씬 높다"며 "물류 네트워크를 촘촘히 확충하는 동시에 주문 건수도 받쳐줘야 비용 절감이 가능한 규모의 경제가 실현되는데, 이는 경쟁사들이 흉내 내기 힘든 수준"이라고 장담했다. 실제 쿠팡은 배송센터 확대에 기반한 상품 대규모 매입 등으로 비용을 줄여 적자가 2018년 1조1,280억원에서 지난해 7,205억원으로 줄었다.

향후 전 부사장은 기술 부족에 따른 비용절감 부분도 직접 챙길 예정이다. 기하급수적으로 복잡한 상품의 이동경로를 최적화해 수익성도 내야 한다. 그는 "시스템 부하가 걸리지 않도록 거의 모든 SW 설계를 재평가하고 대대적으로 확장할 것"이라며 "수요예측, 물류 배치, 배송 최적화 효율을 높이기 위해 개발 인력과 자원을 머신러닝, 인공지능(AI) 등에 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쿠팡이 '한국의 아마존'을 지향하는 게 아니라고 전한다. 전 부사장은 "아마존이 로켓배송을 못 하는 건 대륙 크기 탓이 아니라 일주일에서 이틀로 줄인 것에 기업도 고객도 만족하기 때문"이라며 "만족의 커트라인이 훨씬 높아 혁신에 도전할 수 있는 한국 시장에서 한국 1등이 세계 1등이라는 걸 보여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맹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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