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틱톡 인수 성사되면 정부 덕... 권리금 내놔야"

입력
2020.08.04 17:55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 동영상 공유 애플리케이션 틱톡의 미국 내 사업 매각 추진과 관련해 수익의 상당 부분이 국고에 들어올 경우에만 인수를 승인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압박한 덕분에 거래가 성사됐으니 일종의 '수수료'를 받아야겠다는 주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마이크로소프트(MS)의 틱톡 인수 협상을 언급하며 "사티야 나델라 MS 최고경영자(CEO)에게 우리가 이 거래가 성사될 수 있도록 만들고 있으니 수익 중 상당액은 미 재무부로 들어와야 한다고 했다"고 말했다. MS와 틱톡의 모회사인 바이트댄스 중 누가 내야 하느냐는 질문에는 "두 기업 모두 거래로 큰 이득을 보기 때문에 어느 쪽이든 상관없다"고 답했다.

부동산 개발업자 출신인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권리금(key money)'에 비유했다. 권리금은 경쟁이 치열한 매물을 확보하기 위해 세입자가 집주인이나 전 세입자에게 얹어주는 돈이다. 그는 "임대 계약 자체가 성사되지 않으면 세입자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으니 권리금이라는 것을 낸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이같은 수익을 챙길 법률적 근거나 절차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틱톡 브랜드는 인기가 있다. 훌륭한 자산”이라고 높이 평가하면서도 “정부 승인을 받지 않는 한 미국에서는 큰 자산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또 MS가 아닌 다른 미국 기업이 틱톡을 사도 상관 없지만 거래는 9월 15일 전에 이뤄져야 한다고 재차 시한을 못 박았다. 그렇지 않을 경우 틱톡 사업은 문을 닫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황당한 발상"이라는 반응이다. 칼 토비아스 리치먼드대 교수는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에 "대통령이 지휘한 비즈니스 협상의 대금 일부를 가져가겠다는 제안은 불법적이고 비윤리적"이라고 비판했다. 게리 허프바우어 피터슨국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트럼프의 제안은 소금 독점권을 가졌던 중세시대 왕들을 떠올리게 한다"고 꼬집기도 했다.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조지 W. 부시 행정부 재무관료 출신인 토니 프래토는 "MS든 중국이든 틱톡이든 바이트댄스든 일반적인 세금 납부 외에 미 정부에 수표를 보내는 상황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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