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 – 리더는 스스로를 죽일 수 있는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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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8.04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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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는 우리 몸의 겉을 둘러싸고 있는 가장 큰 장기이다. 피부는 1.5~2㎡ 정도인 몸의 표면을 덮고 있으며, 무게는 체중의 약 8%나 된다. 피부두께는 몸의 부위마다 차이가 있어서 가장 얇은 눈꺼풀 부위는 0,04㎜, 가장 두꺼운 손바닥은 1.6㎜이다.

피부는 표피, 진피, 피하조직의 세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우리가 실제로 보고, 만지고, 느끼는 부분은 겉에 노출되어 있는 표피이다. 표피는 몸속을 외부와 분리시키는 우리 몸의 가장 겉에 있는 부분이다. 표피는 몸을 보호하고, 외부로부터 여러 물질이나 자외선 등이 들어오는 것을 막고, 열과 수분의 이동을 막는다. 표피는 5층으로 이루어져 있다. 가장 속층인 바닥층은 줄기세포들이 모여 있는 곳이다. 이들 세포들은 표면으로 이동하면서 몇 단계로 변화한다. 먼저 세포들이 가시처럼 생긴 돌기를 내어 이웃한 세포와 결합을 하는 가시층을 이룬다. 세포들 사이의 결합은 엄청 단단하여 웬만큼 센 힘이 아니고서는 세포 사이의 결합을 떼어놓을 수 없다. 피부가 잘 찢어지지 않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또 몸안의 수분 증발을 막아주는 지방성분을 만들어 방수층을 만든다. 피부의 방수기능은 몸의 내부환경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데 아주 중요하다. 더 겉으로 이동하면 케라틴 즉 각질을 만들어 내는 과립층이 나타나고, 세포들이 죽어가면서 분비가 된 물질들이 아교처럼 끈끈하게 서로를 묶어주고 있는 투명층이 되었다가 마지막으로 죽은 상피세포들이 모여 있는 제일 겉의 각질층이 된다.

여러 가지 할 말이 많지만 여기서는 가장 겉에 있는 세포들이 죽은 세포라는 하나만 이야기하려고 한다. 우리가 살아 있는 대상으로 취급하는 피부 중 우리가 만지고, 느끼고, 보는 피부는 사실은 죽어 있는 세포들이다. 손톱, 발톱, 털도 마찬가지로 세포들이 죽고 딱딱해져서 만들어진 것들이다. 즉 피부는 산 세포와 죽은 세포들이 서로 협동하여 작용을 하는 장기인 것이다.

우리 몸에서 세포들이 죽는 일은 흔히 일어난다. 수명을 다하였거나 기능이 손상된 세포, 새롭게 몸의 구조를 바꿀 필요가 있을 때 자신의 역할이 없어진 세포들은 죽고, 제거된다. 그리고 새로운 세포가 그 자리를 대체한다. 세포가 죽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더 이상 필요가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발생과정에서 장기들은 조금 과하게 만들어졌다가 필요없는 부분을 제거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면 손이 만들어질 때 손가락 사이의 부분이 제거되면서 손가락이 생긴다. 이때 손가락사이에 있던 세포들은 세포자멸사라고 하는 과정을 통해 죽고 제거된다. 이들이 제거되지 않으면 기형이 된다. 그러니 전체를 위해 특정 세포들이 희생을 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표피세포가 죽어 각질층을 이루는 것은 이들 세포가 죽어야만 비로소 제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다른 세포의 죽음과는 다르다. 각질세포의 죽음은 없어지는 것이 아니고 여전히 살아있는 생명의 한 현상이라 할 것이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열심히 일하며 행복하게 살다가 병에 걸리거나 명을 다하여 목숨을 잃는다. 어떤 사람들은 남이나 나라를 위험에서 구하고 목숨을 잃는 수도 있다.

그렇다면 피부의 각질세포에 해당하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각질세포가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보면서,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점차 사귀면서(바닥층), 뜻을 같이 하는 동지들과 강하게 연대하는 세력을 구축하고(가시층), 목표를 이루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과립층), 그 결과를 사회에 적용하면서(투명층), 자기 개인보다는 더 큰 대의를 드러내기 위해서 개인을 포기하는(각질층) 과정을 거쳐 비로소 사회의 여러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지도층에 있는 사람들이 아닐까 한다.

그런데 이들 지도자들이 제대로 제 몫을 다하기 위해서는 죽는 것이 필수적이다. 아니 죽지 않으면 자신에게 맡겨진 몫도 제대로 할 수 없고, 집단이나 사회 전체에도 안전한 방벽을 제공할 수 없다. 그런데 요즈음은 죽어야 할 지도자들이 죽으려 하지 않고, 자신의 이익을 위하여 발버둥치는 모습을 많이 본다. 다음 선거에서는 이런 자격없는 엉터리 지도자들을 모두 제거하여야 하지 않을까 싶다.

엄창섭 고려대 의과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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