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전력이 후쿠시마(福島) 제1원자력발전소의 탱크에 보관 중인 방사능 오염수를 재정화한다고 밝히며 사실상 바다 방류 수순을 밟을 것으로 알려지면서 일본 내 지역주민뿐 아니라 각국 전문가들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4일 도쿄신문 등에 따르면 도쿄전력은 지난달 30일 방사성 물질 농도가 높은 오염수 2,000톤을 9월부터 2주 동안 정화하고, 이후 3,4개월 동안 ‘2차 처리 결과’ 등을 분석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오염수를 바다로 흘려 보내기 위한 사전 조치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도쿄전력은 다핵종제거설비(ALPS)를 이용해 기술적으로 제거하기 어려운 삼중수소를 제외한 나머지 방사성 물질(62종)의 대부분을 없앴다며 오염수를 탱크에 담아 보관하고 있다. 도쿄전력은 방출 전에 기존 설비로 재정화(2차 처리) 할 방침이지만, 아직까지 그 효과가 입증되지 않았다고 도쿄신문은 전했다.
도쿄전력이 방출을 서두르는 것은 원자로 내의 용융된 핵연료를 식히는 순환 냉각수에 빗물과 지하수가 유입돼 섞이면서 오염수가 늘었고, 2022년이면 저장탱크가 꽉 차기 때문이다. 앞서 주무부처인 경제산업성은 오염수 처리 관련 의견 공모를 시작했는데 이례적으로 3차례나 연장해 지난달 말까지 의견을 받았다. 바다 방류 반대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았기 때문이라는 게 현지 언론의 분석이다.
일본 정부는 6일부터 후쿠시마 시내를 시작으로 현지 주민의 의견을 듣는 모임을 개최할 예정이지만 사실상 바다 방류로 결정해놓고 형식적으로 지역주민 의견을 듣는 절차를 밟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본 정부는 앞서 올해 초 오염수 처리를 위해 설치한 전문가 소위원회가 현실적 방안으로 ‘해양 방출’과 ‘대기 방출’을 제시하면서 해양 방류 우위성을 강조하는 보고서를 제시했다.
이에 대해 일본 후쿠시마 지역 주민 어업단체는 물론 환경단체, 유엔의 인권전문가들까지 나서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먼저 후쿠시마현 내 시정촌(市町村·기초자치단체) 회의 등은 해양 방출에도 반대하면서 육상에서 지속적으로 보관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그린피스에 따르면 후쿠시마현 안에 있는 기초자치단체 59곳 중 20여곳에서 이미 오염수 방류 반대 결의안이 채택됐다. 일본 전국어업협동조합과 후쿠시마 어민, 4만명 이상의 일본 시민도 정부에 반대 입장을 제출했다. 이들은 방출로 인한 경제적 피해가 큰 것에 대한 우려와 함께 정부가 방출 방안을 결정하기 전 다양한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고 도쿄신문은 전했다.
우리 정부는 26일 오후 국무조정실 주관으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출대응 관계부처 태스크포스(TF)’ 회의를 개최하고 한국 안전과 주변 해양생태계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정부는 앞으로 일본 정부에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오염수 처분과 관련한 우리 정부의 기존 입장을 다시 한번 강조해 전달할 계획이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도 지난달 30일 후쿠시마 핵발전소 오염수 방류 계획 철회를 촉구하는 서한을 주한일본대사관에 전달했다. 장마리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활동가는 “일본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혼란을 틈타 지역 주민·산업계와 간담회를 열고 오염수 해양 방류에 대한 동의를 요청했다”며 “그러나 일본 정부의 계획을 저지하기 위한 일본 시민과 지역 사회의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유엔의 인권 전문가들도 성명을 내고 비판하고 나섰다. 전문가들은 성명을 내고 “우리는 일본 정부가 의미 있는 협의를 위한 시간이나 기회 없이 방사능 오염수를 바다에 내보내는 일정을 가속하고 있다는 보고에 깊이 우려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일본 정부가 방사능 오염수의 처분 방법을 놓고 최근 지역 주민이나 전문가의 의견을 듣는 행사를 잇따라 열고 있지만,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일본의 지역사회는 물론 인접 국가들이 참여하는 것이 제한됐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