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경험해 보지 못한 시원한 여름을 보내다, 갑작스레 맞는 장마와 폭우는 이제 기후위기를 제대로 보여주는 것인지 겁부터 더럭 납니다. 역사상 유례없는 속도와 강도로 전 세계로 뻗어나간 코로나19는 비대면, 언택트, 뉴노멀 등의 신조어를 만들어 내며 맹위를 떨치고 있고, 경제 파급은 우리가 경험해 보지 못한 수준입니다.
오래 전부터 야생동물과의 거리 두기가 필요하다는 권고와 지적이 있어왔지만, 사스 이후에도 그 전략은 반짝하고 사라졌고 경제상황 개선에 따라 야생동물 요리가 중국에서는 이미 식도락을 넘어서 고급요리로 진화되고 있었죠. 이번 코로나19 발생 이후에는 야생동물 거래를 중지하겠다지만, 의약품이나 애완동물, 과학 연구를 위한 야생동물 거래는 가능합니다. 나아가 아프리카나 동남아시아 상황은 사뭇 다릅니다. 아프리카 통고강 유역에서만 연간 5억 8,000만마리, 500만톤의 야생동물이 사라지고 있고, 여기에는 매년 고릴라 군집의 5%도 포함됩니다. 채집, 유통・소비의 이유를 알아야만 그 대응책을 모색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다만 야생동물 밀거래는 말 그대로 조용히 벌어지는 일이고, 그 누구도 이를 떠벌리고 싶지 않아 합니다.
이 상황을 뚫고 독일 통합생물다양성연구센터와 막스플랑크 진화인류학연구소가 이끄는 국제 연구팀은 최근 아프리카의 부시미트(야생고기, bushmeat)에 대해 연구했습니다. 서아프리카 코트디브아르에서 수렵인, 거래상과 소비자를 대상으로 야생동물 거래망을 살핀 것이죠.
거래 야생동물은 설치류에서부터 코끼리까지 500종 이상이었습니다. 약 80%는 설치류와 더불어 다이커영양 등이었죠. 새끼를 비교적 빨리, 많이, 자주 낳는 종들로서 특정 환경 요구도가 낮아 아프리카 농촌사회에서는 중요한 단백질 공급원이 된 셈입니다. 이들은 다른 동물 단백질원으로 대체한다면, 물고기를 과도하게 잡아 어족자원이 고갈되거나 가축방목을 위한 서식지 파괴로 이어질 것이라는 점이 분명하게 나타났지요. 한편 영장류와 코끼리 등은 상대적 비율이 낮았습니다만 성 성숙이 느리고, 새끼를 적게 낳으며, 키워내는 시간도 오래 걸리기에 낮은 수준의 수렵에도 개체군에 미치는 영향은 클 수밖에 없습니다. 동물 종에 대한 선호도와 수렵 동기도 서로 크게 달랐죠. 주로 경제, 영양, 교육과 문화적 이유로 사냥하는데, 영장류 등 멸종위기종은 주로 고급 육류로 소비하는 반면 설치류는 생선과 같은 일상적 동물 단백질로 소비되었죠. 따라서 야생동물 고기 대체 등을 목표로 경제 개발전략에 집중한다 하더라도, 동물 단백질의 가용성과 관계없는 영장류 등의 수렵은 막을 수 없다는 것이죠. 나아가 경제 발전은 사치성 소비를 증가시킨다는 단점마저도 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영장류 등 멸종위기종 보호를 위해서는 정교하고 세밀한 교육전략으로 개발 프로젝트를 보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활동이 아프리카나 동남아시아만의 몫일까요? 수용 여부를 떠나 이미 글로벌 밸류 체인을 통해 경제적으로 서로 묶여 있고, 자원을 넘어서 병원체까지도 빠르게 공유할 수 있다는 사실이 잘 알려진 지금, 우리끼리만 잘 산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이제는 한반도를 넘어서 어떻게 국제적 보전활동에 참여할 것인지 심각하게 고민할 시대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