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징용기업 항고에… 강제징용 피해자 측 "시간끌기 용"

입력
2020.08.04 10:12
임재성 변호사 "피해자 고령 알면서… 납득 안 돼"
"日 정부, 보복 명분 사라져… 조치 시 사법주권 침해"

강제징용 피해자 소송 대리인인 임재성 변호사가 일본제철(옛 신일철주금)이 한국 법원의 자산 압류명령 확정을 앞두고 즉시항고 방침을 밝힌 것과 관련해 "예상치 못했던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관련기사: 日 징용기업, 韓 법원 자산 압류 확정 앞두고 "즉시항고 할 것")

임 변호사는 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대법원 판결 이후 (압류) 집행 절차가 1년 8개월 가까이 이뤄지고 있는데, 일본제철은 그 동안 이 절차에 전혀 참여하지 않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제가 일본제철 측에 문제가 있으면 절차에 참여해 다투면 어떻겠냐고 얘기했지만, 계속 서류를 회피하는 방식으로 참여하지 않았다"며 "법원이 서류 송달 효과를 내겠다고 하자 1년 8개월 동안 절차를 회피하다가 이제야 한국에서 대리인을 선임해 절차에 들어오려고 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항고를 하려면 압류결정에 뭔가 문제가 있다, 위법하다는 이유가 있어야 하는데 위법한 사유가 보이지 않는데도 즉시항고를 한다는 건 시간 끌기 전략 이상도 이하도 아닐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일본제철이 즉시항고를 한다면 실제로 압류 절차 진행에 몇 달이 더 걸린다고 한다. 임 변호사는 "마치 우리가 1심, 2심을 하는 것처럼 또 다른 심급이 시작되는 것이기 때문에 시간이 좀 지연된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또 "진작에 다퉜으면 좋았을 텐데, 피해자들이 고령이라는 걸 알고 있는데도 1년 반이 넘도록 시간을 끌다가 이제야 들어온다는 게 납득이 되지 않는다"며 "신의칙이라는 것도 있는데, 이런 식의 절차 진행이 너무 아쉽다"고 털어놨다.

다만 임 변호사는 일본제철의 항고 방침으로 그 동안 보복 조치를 언급해 온 일본 정부에 명분이 사라졌다는 입장이다. 그는 "소송 당사자가 집행 절차에 들어와서 다투겠다는 건데, 그것에 대한 결정은 지켜봐야 하는 것"이라며 "(결정) 이전에 일본 정부가 어떤 조치를 취한다면 그거야말로 예전보다 더 심각한 사법주권 침해라고 평가받을 수밖에 없는 행위"라고 경고했다.

윤한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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