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와 공존하는 시대, 휴가철 여행지 선택에 고민이 깊다. 인파가 몰리지 않으면서도 지친 몸과 마음에 활력을 줄 수 있는 곳을 찾는다면 숲이다. 한국관광공사가 8월 추천 여행지로 상대적으로 덜 붐비는 치유의 숲을 선정했다. 잠시라도 마스크 벗고 숲의 향기 듬뿍 들이킬 수 있는 곳이다.
영양 수비면 수하계곡은 국제밤하늘보호공원으로 지정된 곳이다. 그만큼 인적이 드물고 청정한 지역이다. 인근에 검마산자연휴양림과 영양자작나무숲이 있다. 검마산휴양림의 주종은 금강소나무다. 높고 곧게 자라 왕실의 목재로 쓰던 최고의 소나무다. 산림욕장에서 사방댐 쪽으로 내려오는 숲길이 특히 예쁘다. 목걸이와 열쇠고리 만들기 등 목공 체험이나 숲 해설 프로그램을 신청하면 더 알차게 즐길 수 있다. 휴양림으로는 드물게 반려견을 동반할 수 있는 숙소와 놀이터를 운영하고 있다.
검마산에는 또 다른 명품 숲이 있다. 1993년 죽파리 일대에 조림한 영양자작나무숲이다. 공식 개장하지 않았지만 약 2km 산책로가 조성돼 있어 알음알음 찾는다. 이 숲의 매력은 불편함에 있다. 접근이 쉽지 않아 청정 자연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죽파계곡의 끝 마을 장파마을에서 약 1.6km를 더 들어가면 임도가 연결된다. 사륜구동 차량이 아니면 3.2km 정도 걸어야 한다. 인적이 드문 깊은 계곡인 만큼 홀로 여행하는 것은 금물이다. 숲에 도착하면 하얀 수피와 초록 잎으로 덮인 자작나무 오솔길이 열린다. 차분한데 화사하다. 자연의 깊은 품에 안긴 걸 실감한다. 안내소는 없지만 안내판은 잘 갖춰졌다.
1920년대에 씨앗을 뿌려 조성한 금강소나무 숲으로 8개 탐방로가 있다. 가장 짧은 ‘물치유숲길’이300m, 가장 긴 ‘치유마루길’도 1.6km에 불과해 두세 구간을 걸어도 부담스럽지 않다. 안내도가 친절해 길을 잃거나 헤맬 염려가 없다.
솔향기치유숲길(1.1km)엔 쉼터와 명상움막 등 산림치유시설이 설치돼 있다. 치유덱로드(600m)는 노약자와 유모차, 휠체어 이용자도 쉽게 이동할 수 있는 무장애 탐방로다. 솔향기치유숲길을 걷고 물소리숲길 일부 구간을 거쳐 치유덱로드로 들어서는 코스를 추천한다. 치유덱로드 끄트머리에 대관령 줄기와 대관령옛길이 내려다보이는 전망대가 있다.
산림치유지도사와 함께하는 맞춤 프로그램은 예약해야 한다. 임신부를 위한 ‘신사임당숲태교’, 청소년을 위한 ‘수리수리숲학교’,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쏠쏘올테라피’, 가족 단위로 체험하는 ‘솔수풀톡톡패밀리’ 등이 있다. 신사임당숲태교는 무료, 다른 프로그램은 2시간 1만원이다. 대관령치유의숲에는 숙박 시설과 식당이 없다. 바로 앞 어흘리 마을 펜션과 민박을 이용하면 편리하다. 프로그램 예약자 외에는 주차장을 이용할 수 없다.
기장 철마면 아홉산숲은 남평 문씨 가문이 9대에 걸쳐 가꾼 숲으로 400년 역사를 자랑한다. 외부인의 출입을 허용하지 않다가 2015년부터 일반에 개방했다. 아홉산숲의 하이라이트는 평지대밭이다. 좁은 산책로를 사이에 두고 하늘을 가릴 정도로 키 큰 맹종죽이 빼곡하다. 최근 드라마 ‘더 킹 : 영원한 군주’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탐방객이 부쩍 늘었다.
좀 더 한가한 숲을 찾는다면 10분 거리에 부산치유의숲이 있다. 힐링로드(40분 소요), 솔바람길(1시간), 큰바위길(1시간20분) 등의 탐방로가 있다. 힐링로드는 계곡과 나란히 이어지는 완만한 숲길로 곳곳에 마련된 쉼터에서 명상을 즐길 수 있다. 솔바람길과 큰바위길은 정상 전망대를 거쳐 산등성이를 따라가는 트레킹 코스다. 가파른 숲길을 20~30분 오르면 회동저수지와 금정산 풍경이 보상처럼 펼쳐진다. 직장인을 위한 ‘쉬어보입시더’, 고령자 대상 ‘단디하입시더’, 취약계층을 위한 ‘같이하입시더’ 등 부산사투리에 ‘더(the)숲’을 붙인 산림치유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부산광역시통합예약 홈페이지를 통해 참여할 수 있다.
장흥 보림사는 통일신라시대에 창건한 고찰로 남ㆍ북 삼층석탑과 석등, 철조비로자나불좌상을 비롯한 국보와 보물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또 다른 자랑거리는 사찰 뒤편 비자나무숲이다. 수령 300년이 넘은 비자나무 500여그루가 참나무와 단풍나무, 소나무와 섞여 자라고 있다.
비자나무 숲 사이로 시냇물처럼 산책로가 나 있다. 숲은 한여름 햇볕 한 줌 통과하지 못할 정도로 그늘이 짙다. 몸도 마음도 초록으로 물든다. 상큼한 숲 내음이 가슴을 적신다. 산책로는 경사가 급하지 않아 누구나 걷기 쉽다. 천천히 걸어도 20분이면 충분하다. 곳곳에 의자와 삼림욕 벤치가 마련돼 있다. 숙제 하듯 돌아 나오기 보다 오래 머물기 좋은 숲이다.
이곳은 비자나무 숲인 동시에 야생 차밭이다. 보림사에서 생산하는 엽전 모양의 ‘청태전’은 1,200년 역사를 자랑한다. 그래서 이 숲길을 ‘청태전 티로드’라고도 부른다. 비자나무숲 산책 후에는 대웅전 앞 약수 한 모금으로 더위를 달랜다. 미네랄 성분이 풍부해 한국자연환경보전협회가 ‘한국의 명수’로 지정한 약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