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 차별에 반대하는 내용이 담긴 지하철 광고판을 훼손한 용의자가 경찰에 붙잡혔다.
3일 서울 마포경찰서는 20대 남성 A씨를 재물손괴 혐의로 임의동행해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A씨는 전날 오전 성소수자 인권단체들이 서울 지하철 2호선 신촌역에 게시한 '2020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날 공동행동' 대형 광고판을 훼손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광고판에는 캠페인 참가자들의 얼굴 사진을 이어붙여 만든 '성소수자는 당신의 일상 속에 있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시민단체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무지개행동)과 일부 시민들은 광고판 훼손 사실을 확인한 후, 그 위에 응원 문구가 담긴 메모지를 부착해 '성소수자'라는 문구를 만들었다. 공동행동 명의의 항의 성명서도 붙었다. 그러나 이같은 문구와 성명서 역시 이날 오전 절반 이상이 떨어진 채로 발견됐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혐의를 인정하고 "성소수자들이 싫어서 광고판을 찢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2차 훼손은 자신이 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지개행동 측에 따르면 당초 해당 광고는 홍대입구역에 5월부터 한 달 동안 게시될 계획이었다. 그러나 서울교통공사는 성소수자 관련 광고는 의견 광고에 해당한다며 공사 외부 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무지개행동에 게시 거부를 통보했다. 무지개행동은 이에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하고 서울교통공사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논란 끝에 지난달 14일 서울교통공사는 무지개행동이 요청한 광고 개시 재심의 요청을 받아들이고, 광고 개시 결정 허가 통보를 전달했다. 다만 광고 게시 위치는 2호선 신촌역으로 바뀌었다.
해당 광고판은 이날 오후 다시 복구됐으며 오는 31일까지 게시될 예정이다. 무지개행동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재개시된 광고가 8월 31일까지 온전히 게시될 수 있도록 점검하는 시민감시단이 되어달라"며 지하철광고 시민감시단을 모집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