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행정1부시장 출신인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월세 옹호’ 발언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윤 의원은 지난 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전세가 사라지고 월세로 전환되는 건 매우 정상’이란 취지의 글을 올렸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하지만 윤 의원은 3일에도 기존 주장을 굽히지 않으면서 정면돌파를 선택했다. 하지만 그가 서울에 집을 두 채 보유한 상태로 지역구에서 월세를 살고 있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태가 수습되기는커녕 더욱 꼬이는 모양새다.
이날 윤 의원은 자신의 발언을 둘러싼 논란을 적극 해명하고 나섰다. 그는 페이스북에 ‘본인은 월세 살고 있느냐’는 비판 글이 올라오자, “월세 생활을 몸소 실천하고 있다”고 맞받아쳤다. “현실을 모른다”, “세상 물정 모르는 소리”라는 일각의 비판을 정면 반박한 것이다. 이어 그는 CBS 라디오에 출연, “임대인이나 임차인이나 각자 여건에 따라 전세를 선호할 수도, 월세를 선호할 수도 있다”면서 “전세는 선이고 월세는 악이라는 표현은 적절치 않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날 윤 의원이 지역구인 전북 정읍에서 반전세를 살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은 더 확산됐다. 윤 의원은 지난해 5월 정읍 연지동 소재 ‘영무예다음’ 전용면적 59㎡ 아파트에 보증금 3,000만원에 월세 50만원 수준으로 장기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서울 종로구 구기동 연립주택과 마포구 공덕동 업무용 오피스텔을 보유 중이다. 인터넷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선 “서울 월세 얘기하는데 정읍 월세 얘기하며 월세가 대세라고 한다”, “서울 집 팔고 서울에서 월세 살아라” 등의 비판이 쏟아졌다.
윤 의원 발언을 둘러싸고 당 내부에서도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당 대표에 도전하는 박주민 의원은 이날 B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유엔(UN)에서도 우리나라의 전세 제도를 이제 좀 없애는 게 어떠냐고 권고한 바가 있다”면서도 “다만 표현 부분에서는 신중하게 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있다”고 에둘러 비판했다. 민주당 지도부도 윤 의원 발언에 “개인 의견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통합당은 연일 맹폭을 가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은 ‘모든 사람이 강남에 살 필요 없다. 내가 살아봐서 안다’고 얘기하더니, 민주당 모 의원(윤준병)은 월세를 얼마나 살아보고 월세 사는 사람들의 고통과 어려움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고나 얘기하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부동산 전문가로 통하는 김현아 비상대책위원도 “윤 의원은 시장에 대해 굉장히 한가롭게 생각하고 있다"며 "지금 전세물권의 실종이라든지 심각한 상황에 대해 공감 능력이 없으신 게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한편 전주지검 정읍지청은 지난달 27일 윤 의원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윤 의원은 지난해 12월 당원과 지역 인사들에게 연하장을 대량 발송하고 교회 입구 쪽에서 명함을 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현행 선거법은 선거에 영향을 미칠 목적으로 인사장과 연하장 등을 배포 또는 살포하거나, 종교시설, 병원, 극장 등에서 지지를 호소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윤 의원은 지난달 6일 검찰에 출석해 약 8시간 동안 조사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