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매각 거래 종결 시한(12일)을 앞두고 채권단을 대표해 산업은행(산은)이 매수자인 HDC현대산업개발(현산)을 압박하고 나섰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결단의 시점이 오고 있다”며 현산에게 정상적인 매각 거래 종료를 강력하게 요청했다. 현산의 재실사 요구에 대해선 “의도를 이해할 수 없다”며 거절 의사를 분명히 했다.
산은은 3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아시아나항공 매각 관련 채권단 입장을 밝혔다. 이 자리에서 이 회장은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항공업계의) 불확실성이 있다”며 “이를 고려해 최대한 협조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더 이상 결정을 미룰 수 없고 결단의 시점이 오고 있다”고 말했다. 오는 12일 거래 종결 시한에 맞춰 정상적인 매각을 진행해달라는 주문이다.
앞서 현산은 이달 중 아시아나 매각과 관련한 재실사를 12주 동안 하자고 제안했다. 인수 의지는 그대로라는 점을 강조하면서도 계약 전후로 달라진 아시아나항공의 ‘변화’를 문제 삼았다. 아시아나가 지난해에 비해 부채와 차입금ㆍ당기순손실이 증가해 재무상태가 악화된 점을 주요 근거로 들며, 아시아나의 상황을 다시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금융권에선 현산이 매각 무산의 명분을 쌓으려 하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이에 대해 이 회장은 현산의 재실사 요청을 분명하게 거부했다. 그는 “현산은 앞서 7주 동안 (아시아나항공을) 엄밀히 실사했다”며 “이후 상황의 변화가 있다면 점검만 하면 되지 재실사를 요구하는 의도가 무엇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이어서 그는 “남은 기간 현산이 심사숙고하고 (채권단과) 협의할 것을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이 회장은 매각 거래 무산과 계약금 반환 소송 가능성도 언급했다. 그는 “거래가 무산되면 계약금 반환 소송은 불가피하다”고 말하면서도 “매도자인 금호산업과 산업은행 측에선 잘못한 게 없다고 본다. 법적인 책임은 현산에게 있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서 “여러 보도자료를 통해 나온 현산의 주장은 근거 없이 악의적으로 왜곡된 측면이 있다”며 “계약이 무산될 위험의 원인은 현산이 제공했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현산이 계약금 반환 소송을 제기하지 않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모든 법적 책임은 현산에 있으니 어차피 질 것이 뻔한 소송을 제기할 이유가 없다는 의미다. 그는 “현산의 책임은 현산이 져야 한다”며 “쓸데없는 공방은 마무리 지을 때가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