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언유착 의혹서 세차례 ‘검사내전’… 산산이 부서진 검찰 조직

입력
2020.08.03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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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팀 '공개 항명' 한달째... 검사 간 몸싸움까지
총장 보좌하는 대검 참모-실무진도 갈등 드러내 
법조계 "지휘체계 붕괴... 검찰개혁은 실패한 것"


고위 검사와 기자가 협박성 취재와 수사를 공모했다는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 사건을 둘러싸고, 검찰 조직 내부의 반목과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윤석열(60) 검찰총장을 향해 이성윤(58) 서울중앙지검장이 공개 항명을 한데 이어, 수사팀장인 정진웅(52) 부장검사와 피의자 한동훈(47) 검사장 간에 육박전이 벌어졌으며, 대검 간부 사이에서도 내부 갈등이 표출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일사불란하던 검찰이 요즘처럼 여러 갈래로 나눠진 현상을 두고 '단순한 의견 충돌'이나 '돌발행동'으로 봐서는 안 된다는 해석이 많다. 오히려 정권을 대하는 검찰의 '스탠스'를 두고 벌어진 검찰 내부의 권력투쟁 과정으로 봐야 한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완전히 돌아선 대검과 중앙지검

검언유착 의혹 사건 수사 방향을 두고 줄곧 경색된 관계를 이어오던 대검과 서울중앙지검은 6월 30일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윤 총장에게 공개적으로 반기를 든 이후, 서로 돌아오지 못할 다리를 건넌 분위기다. 윤 총장이 검찰 내부의 제3자에게 판단을 맡기는 전문수사자문단 소집을 지시하자, 수사팀은 윤 총장을 향해 "비정상적이고도 혼란스러운 상황이 초래된 점을 고려해 수사자문단 절차를 중단해 달라"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건의했다. 이후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 총장을 검언유착 의혹과 관련한 모든 사건의 지휘에서 배제하는 수사지휘권을 발동하며, 싸움은 전면전으로 확대됐다.

윤 총장의 검언유착 수사 배제는 단순히 한 사건에서의 영향력 약화가 아니라 윤 총장의 전체 검찰 장악력이 급속도로 떨어진 것으로 봐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검찰 출신 변호사는 "검언유착 의혹 사건 지휘권을 빼앗긴 윤 총장은 삼성 사건, 청와대 선거개입 사건 등 서울중앙지검 주요 사건의 지휘에서까지 힘을 잃은 것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윤 총장과 이 지검장은 주요 사건을 보고하고 지휘를 받는 주례보고도 중단한 상태다.


대검 참모-실무진도 '내부 균열'

윤 총장을 보좌하고 수사팀을 지휘하는 대검 형사부마저도 내부 갈등을 적나라하게 노출했다. 김관정(56) 대검 형사부장은 지난달 24일 열린 검언유착 의혹 관련 수사심의위에 박영진(46) 대검 형사1과장이 작성한 의견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대검 실무진은 의견서에 '이동재(35ㆍ구속) 전 채널A 기자와 한 검사장의 강요미수 혐의가 성립되지 않으며, 검언유착 의혹을 처음 보도한 MBC가 이 전 기자를 상대로 함정 취재를 한 것인지 조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 과장은 의견서 제출이 불발되자 "대검 의견을 달라는 심의위 요청에 따라 의견서를 준비했으나 형사부장이 윗선에 보고도 하지 않고 의견서 제출을 불허했다"고 반발했고, 김 부장은 "의견서를 내지 말라고 했는데 내려고 한 게 항명"이라고 받아쳤다.

대검 참모가 검찰총장 뜻을 따르지 않고, 실무진이 그 참모와 격돌하는 갈등이 그대로 노출되자 검찰 안팎에서는 "검찰 지휘체계가 완전히 무너졌다"는 반응도 나온다. 대형 로펌의 한 변호사는 "정치적 수사일수록 검찰 상급자가 하급자의 수사를 보호하고 방패막이가 되어주는 게 검찰 조직의 일반적 작동 원리인데 그것이 사라졌다"고 꼬집었다.

초유의 육박전까지... 검언유착 수사는 산으로

한 검사장과 이 전 기자의 공모관계를 입증하려는 수사팀도 "무리한 수사를 하고 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다. 심의위 위원 15명 중 10명이 한 검사장에 대한 수사 중단에 찬성하고 11명이 불기소를 권고했음에도, 수사팀은 한 검사장의 휴대폰 유심(USIMㆍ가입자 식별 모듈) 압수수색을 강행하며 '현직 검사 몸싸움 파동'의 빌미를 제공했다. 서울중앙지검 지휘부와 수사팀이 실체적 진실 발견보다는 정권이 주시하고 있는 사건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의구심도 검찰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검찰이 '장관파'와 '총장파'로 나뉘어 사실상의 정치투쟁을 벌이는 현상은 현 정부의 검찰개혁이 사실상 실패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대검 개혁위원이었던 김한규 전 서울지방변호사회장은 "수사팀의 무리한 수사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검찰 조직을 끊임없이 흔든 결과"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특정 검사가 장관에게 줄을 서는 검찰의 정치화를 막자는 게 현 정부 검찰개혁의 기조였는데, 그것이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이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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