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틱톡' 때리기는 대선에서 약이 될까 독이 될까.
트럼프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중국의 동영상 모바일 공유 애플리케이션 틱톡의 사용금지를 주장해오던 데에서 당장은 숨을 고르는 모양새를 취했다. 미국 기업 마이크로소프트(MS)가 틱톡을 인수ㆍ합병(M&A)하겠다고 하자 45일간의 말미를 준 것이다. 내달 15일까지 협상을 지켜본 뒤 그 결과에 따라 퇴출 가능성도 여전히 열어둔 것이다.
사실 대선을 3개월 앞둔 시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틱톡을 문제삼은 건 그간 진행해온 '중국 때리기'의 일환에 다름 아니다. 특히 최근엔 중국의 정보기술(IT) 업체들을 잇따라 타깃으로 삼고 있다. 하나같이 미국 국민들의 정보가 중국으로 흘러들어간다는 것이고 이는 국가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게 이유다. 세계 최대 통신장비업체인 화웨이 제재가 그랬고, 지금 틱톡이 그렇다. 물론 구체적인 근거가 제시된 적은 없다.
여기에 더해 전 세계 13억명이 사용하는 중국의 채팅앱 위챗도 도마에 올랐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이날 "틱톡이건 위챗이건 간에 미국에서 비지니스를 하는 중국 소프트웨어 기업들 중에 중국 공산당에 직접적으로 데이터를 제고하는 기업들이 수없이 많다"고 주장했다. 마찬가지로 증거를 내놓진 않았다.
하지만 근래 미국 내 반중 정서가 역대 최고인 70%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중국 때리기'는 그 자체로 정치적 상징효과를 기대할 만하다. 중국이 강력 반발할수록 그 효과는 더 클 수 있다. 틱톡 모회사인 바이트댄스 측이 "합법적인 권익을 지키겠다"며 법적 대응을 시사한 데 이어 국수주의 관영매체 환구시보가 "트럼프의 틱톡 사냥은 가장 추악한 미국 드라마"라고 비난한 건 되레 트럼프 대통령에게 약이 될 수 있다.
반면 1020세대를 중심으로 미국 내 틱톡 사용자가 1억명에 달하는 현실을 감안할 때 틱톡 제재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예상치 못한 독이 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미 NBC방송은 이날 "젊은 유권자들 사이에서 트럼프에 반대 투표하겠다는 심상찮은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번 일(틱톡 퇴출)이 젊은 유권자들을 '게임 체인저'가 되게 할 것"이라는 등 10대 유권자들의 분위기를 전했다.
실제 젊은층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틱톡 때리기를 지난 6월 '털사 악몽'에 대한 보복으로 여기는 기류도 상당하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보건당국의 우려를 무릅쓰고 오클라호마주(州) 털사에서 대규모 유세를 강행했지만,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은 건 텅 빈 객석이었다. 주요 매체들은 젊은 유권자들이 주로 틱톡을 이용해 무료입장권을 예약한 뒤 '노 쇼'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반감을 표출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틱톡 퇴출로 앙갚음할 경우 투표장을 기피했던 1020 유권자들이 생각을 바꿀 것이란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