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지숙 교수의 헬시에이징] ‘코로나와의 전쟁’ 종식 눈앞으로?

입력
2020.08.03 18:20
18면
차의과학대 바이오공학과 교수

내로라하는 전 세계 연구자들이 코로노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 개발에 매달리면서 올해 안에 성과가 나올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코로나바이러스 치료제 개발 방식은 크게 네 가지다. 우선 렘데시비르(에볼라 치료제)ㆍ칼레트라(에이즈 치료제)처럼 다른 목적으로 개발되었던 약물을 코로나바이러스 치료용으로 응용하는 ‘약물 재창출’이다. 두 번째 방식은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되었다가 완치된 환자의 혈장에서 항체가 들어 있는 면역 단백질만 분리한 뒤 고농축해 만드는 ‘혈장 치료제’다.

세 번째 방식은 코로나바이러스에 반응하는 중화 항체(neutralizing antibody)를 만들어내는 유전자를 뽑아 다른 세포주에 주입한 뒤 그 세포를 배양하여 중화항체를 대량 생산하는 ‘항체 치료제’다. 마지막으로 화학적 합성 물질을 이용한 유효 물질을 선별해 새로운 치료제로 만드는 ‘신약 개발’ 방식이다. 하지만 바이러스 돌연변이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는 치료제는 아직 개발되지 않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는 매우 빠르게 돌연변이가 생기면서 다양하게 변형되고 있다. 치료제나 백신이 개발되어도 이들 변종 바이러스에 대응하기란 여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공포와 불안감은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돌연변이된 코로나바이러스까지도 제어할 수 있는 치료제 개발이 절실한 이유다. 이런 가운데 필자는 최근 돌연변이된 코로나바이러스에도 대응할 수 있는 치료제 후보물질에 대한 연구 결과를 세계 최초로 제시했다.

태반 줄기세포와 부산물에서 뽑아낸 ‘세포외소포(Extracellular VesiclesㆍEV)' 안에 존재하는 마이크로 RNA(miRNA)가 코로나바이러스를 예방ㆍ치료하는 데 효과가 있다는 것을 밝힌 것이다. 필자는 이전부터 태반 줄기세포와 태반 부산물로부터 세포외소포를 뽑아내는 기술을 연구하고 있었다. 태반 줄기세포와 태반 부산물에서 추출한 세포외소포는 염증이나 질환이 생긴 부위로 자유롭게 옮겨 다닐 수 있다는 특성뿐만 아니라 면역 조절 기능도 뛰어나다는 장점을 활용하여 다양한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아 연구를 진척시켰다.

연구는 세계 각국에서 밝혀낸 95가지의 코로나바이러스 유전체 서열 정보를 생물정보학 기법을 활용해 비교 분석하는 방법으로 진행됐다. 그 결과, 돌연변이된 코로나바이러스 RNA 유전체에서 ‘3’ UTR(Untranslational region)’라고 불리는 mRNA 말단에서 유전자 서열이 공통적으로 유사하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이는 코로나바이러스가 돌연변이가 되더라도 3’ UTR 부분은 거의 바뀌지 않으므로 팬데믹을 일으키고 있는 코로나바이러스(SARS-CoV-2)뿐만 아니라 그 친척인 사스 바이러스(SARS-CoV)나 박쥐 코로나바이러스 등도 유사한 3’ UTR 구조를 가지고 있기에 이 부위를 저해하는 치료제를 개발하면 돌연변이된 어떤 코로나바이러스도 고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갖게 해 준다.

필자는 이를 바탕으로 직접 분리한 세포외소포의 분자 데이터를 분석해 세포외소포에 존재하는 84개의 miRNA 가운데 코로나바이러스의 3’ UTR에 작용하는 miRNA가 17개 존재하고, 이 가운데 특히 발현성이 높은 5개의 miRNA가 코로나바이러스의 3’ UTR와 결합하여 바이러스 발현을 현저히 저해한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이를 통해 코로나19뿐만 아니라 이와 유사한 RNA 바이러스도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백신과 치료제 개발이 멀지 않게 됐다. 지긋지긋한 코로나바이러스와의 전쟁이 종식될 날이 머지않았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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