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단체들 "인천공항 정규직 노조, 청년의 이름을 팔지 말라"

입력
2020.07.31 16:28
'공개채용 통한 정규직화' 주장하는 노조 겨냥
"일자리 나누기 없이 정규직화에 반대만" 비판


50여개 청년단체들이 한목소리로 인천국제공항공사(인국공) 정규직 노동조합의 '공채를 통한 정규직화' 주장을 강하게 비판했다. 인국공 사태에서 정규직 노조가 "정규직 전환은 오직 공개경쟁 채용을 통해야만 한다"고 입장을 밝히면서, 이것이 마치 청년들의 목소리인 것처럼 주장한 것도 문제 삼았다.

청년유니온, 청년참여연대 등 53개 청년단체는 31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인국공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논란과 관련한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공개채용이 아닌 정규직화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인국공 정규직 노조의 발언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갈리는 신분제를 공고히 하자는 말이나 다름 없다"고 주장했다. 또 "더 이상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둘러싼 논란에 '청년이 원하는 공정한 사회' 따위의 이름을 쓰지 말라"며 정규직 노조를 비판했다.

청년단체들은 인국공 정규직 노조가 청년이라는 이름을 앞세워 갈등을 조장한다고 강조했다. 정의당 청년당원모임 모멘텀 측은 인국공 정규직 노조에 대해 "일자리 나누기나 신규채용 확대는 언급하지 않으면서 취업준비생을 위하는 척 장외집회까지 예고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상급단체인 한국노총까지 이러한 싸움을 방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청년들이 진짜 문제라 생각하는 것은 '정규직을 차지한 경쟁자'가 아니라 '불평등한 사회 구조'에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희원 청년참여연대 사무국장은 "명문대 졸업장이 있으면 타인보다 위에 설 수 있다는 식의, 공정에 대한 잘못된 명제에 균열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 공개채용만을 통한 정규직화는 결국 화려한 이력(스펙)을 가진 명문대 출신을 위한 관문이 될 것이라는 우려다.

청년단체들은 인국공 정규직 노조에 또다른 경쟁을 끝내고 진정한 격차 해소에 힘써 줄 것을 촉구했다. 윤정성 전국청년정책네트워크 운영위원은 "노동조합은 더 이상의 청년의 이름을 파는 행위를 멈춰 달라"며 "사회적 불평등을 어떻게 풀어갈 지 함께 고민해 달라"고 호소했다.

정부는 6월 인국공 비정규직 보안검색요원 1,900명을 일시에 정규직으로 전환한다고 밝혔고, 이에 대해 인국공 정규직 노조는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정규직 전환을 비판하고 나섰다. 정규직 노조는 "공개 경쟁채용이 아닌 정규직 전환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이것은 곧 공정을 훼손한 데 대한 청년들의 반발"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정규직 노조는 내달 1일 서울 중구 다동 예금보호공사 앞에서 '투명하고 공정한 정규직 전환 촉구 문화제'를 열 예정이다.

최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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