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년 대비 0.5~1.5도가량 기온이 높은 역대급 폭염이 찾아올 것이라던 예측과는 달리 올해 여름은 비교적 선선한 날씨가 지속되고 있다. 북극 고온현상 등으로 장마가 길어진 탓이다. 다만 내달 초 장마가 끝나면 차차 기온이 상승해 평년 대비 더운 날들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30일 기상청에 따르면 중부와 남부지방의 장마철은 지난달 24일에 시작해 36일째 이어지고 있다. 제주도의 경우 지난달 10일 시작된 장마가 49일만인 이달 28일에야 끝나 1973년(47일) 이후 가장 긴 장마철을 지냈다.
강수량도 적지 않았다. 중부지방의 강수량은 398.6㎜로 평년(366.4㎜)보다 조금 많았고, 남부지방과 제주도도 각각 529.4㎜, 562.4㎜로 평년 대비 약 200㎜나 많은 비가 내렸다.
장마가 길어지면서 7월 전국 평균기온은 22.5도로 평년 대비 2도가량 낮았다. 폭염일수도 0.1일로, 평년 보다 3.8일 적었다. 폭염일수는 최고기온이 33도 이상인 날의 수를 의미한다.
예년보다 장마철이 오래 지속되고, 이날 집중호우가 대전지역을 강타하는 등 이례적인 기상현상은 '뜨거워진 북극'에서 비롯됐다고 보여진다. 고기압은 통상 시계방향으로 부는데, 6월 말 동시베리아에서 발생한 저지 고기압(블로킹)의 영향으로 남하해야 했던 일부 고기압이 북극에 정체하면서 북극 고온현상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우랄산맥과 중국 북동부에 고압대가 발달했고, 기류의 동서 흐름이 느려져 우리나라 주변으로 찬 공기가 위치하기 좋은 조건이 형성됐다. 결국 한반도 주변에 찬 공기가 정체하자 남쪽에서 올라오는 따뜻하고 습한 공기인 북태평양고기압이 북쪽으로 확장하지 못했고, 찬 공기의 영향으로 장마전선이 자주 활성화되면서 장마철이 길게 이어진 것이다.
이런 가운데 중국 남부까지 동서로 길게 위치한 북태평양고기압 가장자리를 따라 수증기가 다량 유입되면서 우리나라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많은 비가 자주 내려 중부나 남부와의 강수량 차이가 발생했다. 윤기한 기상청 통보관은 "북태평양고기압과 찬 공기가 서로를 강하게 밀어붙이면서 장마전선을 가늘고 강하게 만든 탓에 일부 지역에만 집중적인 폭우가 쏟아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주도는 28일을 기점으로 장마가 사실상 끝났고, 남부지방은 31일 장마에서 벗어날 전망이다. 애초 3일쯤부터 비가 그칠 것으로 예보됐던 중부지방은 5~6일쯤 북한에서 활성화된 장마전선이 남하할 가능성이 커져 10일 이후에야 장마철이 마침표를 찍을 것으로 보인다.
장마가 끝나고 나면 남부지방과 제주도를 중심으로 본격 더위가 시작된다. 기온은 평년(22.8도)보다 0.5~1.5도가량 높겠고, 폭염일수는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평년(5.5일)과 비슷하거나 많을 것으로 관측된다. 중부지방은 구름 많은 날이 많아 기온이 평년과 비슷하거나 0.5도 정도 높을 전망이다. 장마철이 지나간다 해도 대기불안정 등의 영향으로 지역에 따라 많은 비가 내리는 곳이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