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고위간부끼리 폭행, 이러고도 국민 신뢰 바라나

입력
2020.07.31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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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언 유착 수사 중 벌어진 검사들의 육탄전은 갈 데까지 간 검찰의 막장을 드러냈다. 한동훈 검사장과 정진웅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은 29일 몸싸움 뒤 서로 맞고소했고, 병원에 드러누운 사진까지 공개했다. 한 검사장은 30일 채널A와의 공모 의혹을 제기한 KBS와 검언 유착 수사팀의 연루가 의심된다며 검찰 출석 연기를 요청했다. 검언 유착 수사가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전선의 싸움이라는 정치적 의미만 점점 더 부각되고, 수사의 본류는 길을 잃고 있다. 검찰이 존재 이유를 스스로 부정하는 꼴이다.

한 검사장의 휴대폰 유심 압수가 몸싸움으로 번진 것은 검언 유착 수사팀의 조바심에서 비롯됐다는 해석이 많다.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지난 24일 한 검사장에 대한 수사 중단과 불기소를 의결했고, 법원은 이 전 기자의 노트북과 휴대전화에 대한 압수수색이 위법해 취소돼야 한다고 판결했다. 한 검사장 혐의를 입증할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수사팀이 무리수를 둔 것으로 보인다. 애초에 수사심의위 결정을 정면으로 거슬러 압수수색을 집행한 것부터 문제다. 수사팀은 수사가 채 진행되지 않은 시점에 수사심의위가 열린 것이 문제라고 항변하지만,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가 도움이 되지는 않을 터다.

검언 유착 수사의 의미는 검찰과 언론이 성과에만 집착해 엉뚱한 피해자가 발생하는 일을 막고 두 기관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에 있다. 하지만 폭력으로 얼룩진 압수수색은 검찰이 수사권을 남용하고, 절차와 인권에 둔감하다는 사실만 확인시켜 주었을 뿐이다.

수사팀은 더 이상 무리수를 두어서는 안 된다. 수사심의위에서 한 검사장에 대해 수사 중단 권고를 의결한 것은 수사팀이 결정적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빠른 시일 내에 추가 증거를 찾지 못하면 이 전 기자의 혐의 규명에 집중하는 선에서 수사를 마무리 짓는 것이 마땅하다. 한 검사장도 떳떳하다면 남은 수사에 적극 협조하는 게 옳다. 이번 폭행 사건은 서울고검의 감찰로 넘어간 만큼, 조만간 부임할 서울고검장이 엄정하게 책임을 가리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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