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가장 자연스러운 농업 , 순환농업

입력
2020.07.3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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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평소 ‘자연스럽다’는 말을 많이 사용한다. ‘억지로 꾸미지 아니하여 이상함이 없다, 순리에 맞고 당연하다’는 뜻의 이 단어에 왜 ‘자연’이 사용되었을까? 그것은 사람의 힘이 더해지지 않고 스스로 존재하거나 이루어지는 모든 존재나 상태가 당연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간은 경제적 이익을 취하기 위해 자연을 지나치게 개발하고 훼손시켰다. 심지어는 자연과 인간이 공생하는 농업에서조차 농약과 화학비료의 과다한 사용, 무분별한 가축분뇨 처리 등으로 생태계에 부담을 주고 있다. 농업과 자연이 다시 유기적인 관계로 회복되고, 다음 세대에 자연스러운 농업을 물려주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과거 모두가 굶주렸던 시절에는 쌀 한 톨이라도 더 많이 생산하는 것이 중요했다. 그때는 의식주 외의 다른 것을 고려할 여유가 없었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 하나뿐인 지구에서 재생 가능한 원자재의 공급이 제한된 지금, 공존을 위해 새로운 준비가 필요하다. 농업은 단순히 교환가치를 가지는 상품을 넘어서, 생명이라는 본원적 가치를 창출한다. 즉, 생명 산업으로서의 농업은 자연과 분리될 수 없으며 그 자체로도 재생산이 가능하다. 그래서 최근 농업 선진국에서는 다시 선순환의 구조, 즉 ‘순환농업’을 주목하고 있다. 순환농업은 농업 부산물을 다시 농업 생산에 투입하여 물질이 순환되도록 하는 방법으로, 안전한 식량 공급의 미래를 보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선 시대 형법에는 ‘똥을 함부로 버리는 자에게 곤장 50대에 처한다(棄糞者 丈五十)’라는 조항이 있었다. 자연파괴를 예방함과 동시에 당시 소중한 퇴비를 함부로 버리지 못하게 하는 의도였다. 분뇨를 통해 영양분을 공급받은 초지는 가축에게 사료를 제공하고, 그 가축의 분뇨는 다시 초지로 환원되었다. 이렇게 자연에서 발생한 것들이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는 선순환의 구조였다.

2016년 유엔은 지속가능 개발목표(SDGㆍSustainable Development Goals)를 제시했다. 그것은 2030년까지 성취해야 할 17가지의 주제를 담고 있는데 그 안에 지속가능한 농업이 포함되어 있다. 농약과 화학비료 등 자연에 부담을 주는 농자재 사용량을 꾸준히 줄여 나가고, 가축분뇨를 친환경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 그 내용이다.

최근 정부에서도 코로나19 이후의 경제 부양책으로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 두 가지 키워드로 압축되는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그 내용이 첨단기술 산업 인프라 건설에 집중되어 있어, 그린 뉴딜이 함의하고 있는 지속가능한 농업을 구현하기 위한 대책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있다. 그러나 이번 기회를 통해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같은 디지털 기술이 순환농업에 접목될 수 있도록 지혜를 발휘해야 할 것이다.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의 융합을 통해 ‘과학적 순환농업’이라는 한국만의 색깔을 만들어야 한다.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순환농업에 왕도는 없다. 성공의 열쇠는 농업의 생산, 운송, 유통, 판매, 소비 등의 모든 이해관계자의 연결고리로부터 나온다. 각자의 책임과 더불어 서로에 대한 신뢰와 존중이 바탕이 될 때, 우리가 함께 살아간다는 공동체 의식이 회복될 것이다. 우리 안에서 먼저 이루어지는 순환이, 자연과 농업의 순환으로까지 이어질 것이다.



민승규 국립한경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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