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이 전세값을 얼마나 올릴까. 다른 집을 언제부터 알아봐야 하나. 이래서 내집 마련하라는 건가"
세입자라면 한번쯤 겪어볼 법한 '의식의 흐름'이죠. 이런 고충을 해결하려는 취지로 마련된 임대차 3법이 시행을 앞두고 있습니다. 하지만 통과 과정에서 야당이 "의회주의 파괴"라고 반발하는 등 정치적 공방이 두드러진 탓에 임대차 3법이 일상 생활을 어떻게 바꿀지 물음표가 붙는데요. 대체 무슨 내용이길래 연일 뉴스에 나오는 건지, 어떤 취지로 만들어졌는지, 한계는 없는지 말이에요. 실제 임대인과 임차인 입장에선 무엇이 달라지는지 정리해봤습니다.
주택을 빌리고 빌려주는 것과 관련한 3가지 법이 바뀌는 것이 임대차 3법에 관한 내용이에요. 취지는 '세입자 보호', 다시 말해 임차인을 보호하겠다는 것입니다. 임대인 입장에서 '억울하다', '재산권 침해 아니냐' 등의 볼멘소리가 나오는 까닭이지요.
임대차 3법은 크게 전월세신고제와 전월세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제 등이 핵심인데요.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를 핵심으로 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과 전월세신고제를 핵심으로 한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이에 포함됩니다.
먼저 전월세신고제를 살펴 보면, 임대차 계약 내용을 계약 30일 안에 지방자치단체에 신고하는 것을 의무화하도록 한 건데요. 전세나 월세를 계약할 때를 생각해볼까요. 새벽부터 짐을 다 빼고 부동산에 가서 집주인과 공인중개사와 만나 계약서를 쓰고 잔금을 치르고 나서야 새 집으로 들어가고 전입신고도 할 수 있잖아요. 이 계약을 한 날로부터 30일 안에 '우리 계약했어요'라고 신고하라는 겁니다. 거래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임대인들의 임대소득 파악 등을 위한 취지로 마련됐어요.
전월세상한제는 기존에 살고 있던 임차인이 여러 이유로 집에 계속 살고 싶을 때, 재계약을 해도 임대료 상승률을 5% 이내로 제한을 둔다는 겁니다. 적어도 '임대료가 올라서 이사가야겠다'는 일은 없도록 하자는 거죠. 이 법에는 지자체가 조례를 통해 5% 이내에서 상승폭을 다시 정할 수 있도록 한 내용도 포함돼 있는데요. 이는 전세난이 심각한 서울 및 수도권 지자체가 상승폭을 더 낮출 수 있도록 '이중 잠금 장치'를 만든 조치라고 할 수 있죠.
임대차 3법의 핵심이었던 계약갱신청구권은요. 세입자에게 2년 계약 청구권을 1회 주는 거에요. 전월세 상한제가 임대료 상승폭을 제한하는 법이라면, 계약갱신청구권은 임대료와 별개로 계약 기간을 2년 더 연장할 수 있는 청구권을 세입자에게 준다는 거죠. 세입자가 요구할 경우 2년 계약을 '2+2', 즉 4년까지 연장토록 하는 겁니다.
전월세신고제가 시행되면 일단 늦게 하거나 허위로 했다간 과태료를 물 수 있다는 건데요. 보통 전세나 월세를 계약한 당일 전입신고를 꼭 하라는 조언, 많이 들어보셨을 거예요. 전월세신고제가 도입될 경우 전입신고를 한 날, 자동으로 신고가 되기 때문에 이건 걱정하지 않아도 될 전망입니다.
전월세신고제를 도입하는 진짜 목적은 전세금 자금 출처 등을 보다 투명하게 한다는 취지로 풀이되는데요. 3주택 이상 등 다주택자가 3억원 이상의 전세 보증금을 받았을 때 사업자 등록을 하지 않으면 과세 대상이 되는데 이를 놓치지 않겠다는 거죠.
전월세상한제는 임대료에 관한 내용입니다. 기존에는 재계약 시점에 이르러 '시세에 맞춰서 받아야겠다'며 갑자기 월세나 전세 임대료를 올리는 경우, 임차인은 부랴부랴 새 집을 알아보게 되면서 '세입자의 설움'이 생기게 마련이었죠. 법 시행 후에는 재계약 시 임대료 상승률 상한을 당초 계약 대비 5%로 정하고 있기 때문에 세입자 입장에선 '아무리 오른다 해도 5% 이내겠지'라고 예측할 수 있게 됩니다.
예를 들어 4억원짜리 전셋집을 살고 있는 A씨의 경우 전월세상한제를 적용받게 된다면 재계약 시 전세 보증금의 최대 인상폭은 2,000만원이 되기 때문에 '집주인이 최대로 올려 받는다고 하면 2,000만원쯤 되겠구나'라고 예상할 수 있고, 이에 따라 재계약을 할지 말지 준비를 할 수 있게 된다는 겁니다. (집주인 또는 집주인의 아들·딸 등이 직접 들어와 살겠다고 하는 경우엔 나가야 하지만요.)
계약갱신청구권은 소급적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기존 세입자들은 2년 연장하여 살 수 있도록 했어요. 기존 계약을 통해서 2년을 살았든, 8년을 살았든 2년 더 살 수 있도록 한 거죠. 법 시행 후 새로 계약하는 경우라면 사실상 '2+2=4'년짜리 계약을 맺는 게 가능해진 셈이고요.
때문에 지금 이미 전월세 계약을 맺은 임차인의 경우 계약 시기가 끝나고 계약을 2년 연장할 수 있는 것이고요. 이제 전월세 계약을 할 사람이라면 아예 4년짜리 계약을 맺는다고 봐도 무방하다는 겁니다.
언제부터 바뀌냐고요. 시행시기는 법마다 달라요. 전월세신고제는 시행령 등 하위입법 절차가 필요하고 임대차 신고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기간을 고려해 내년 6월 1일부터 시행될 것으로 보이고요.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은 지난달 31일부터 시행되고 있습니다.
'웅성웅성'. 임대차 3법을 둘러싼 우려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습니다. 먼저 재산권 침해를 주장하는 임대인들의 목소리인데요. 이들은 내 집의 임대료 상승폭을 제한하거나 기간을 마음대로 설정하지 못하게 하는 건 재산권 침해라고 주장합니다.
이에 반박하는 의견은 '부동산은 재산이 아닌 공공재다'라는 주장인데요.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30일 이 같은 의견에 대해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사익과 공익이 부딪칠때의 문제"라며 "미국의 경우 세입자의 삶을 보장한다는 사회적 합의가 있다. '주택을 공익적 가치의 수단으로 볼 것인가'라는 문제의 충돌"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빌려준 집이 엉망이 되거나 임대료를 제때 받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면 누가 책임질 거냐는 걱정도 있지요. 이 경우에는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퇴거 요구를 할 수 있는 조건이 충족된다고 볼 수 있어요. 다시 말해, 계약을 끝낼 권리가 임대인에게도 생기는 경우인 셈이죠.
이 밖에도 앞으로 새로 나오는 전세 매물에 대해 "'금리도 낮은데 전세를 월세로 돌리겠다'거나 '재계약하면서 전셋값 올리기 힘들어진다면 아예 내놓을 때부터 비싸게 내놓겠다'는 임대인이 생기면 어떡하냐"는 우려도 있어요. 실제 29일 서울 강남 등 일부 지역에서는 전세 매물이 빠르게 사라져 벌써부터 전세난이 시작됐다는 조짐도 보이고요.
임대차 3법, 다 좋은데 부족한 점이 있다는 주장도 있는데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보증금 의무보증제'가 빠져 있다고 지적합니다. 경실련은 현행 임대보증금 보호제도는 보장금액의 비현실성, 절차의 복잡성, 비싼 등기 비용, 임대인의 비협조 등 실효성이 현저히 떨어진다"고 비판하며 이를 보완할 보증금 의무보증제를 속히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어요.
현행 임대보증금 보호제도는 크게 전세권을 설정하거나 확정일자를 설정해 변제 우선 순위를 최우선으로 둔다는 방법 등이 있지만, 실제 발효를 하려면 복잡하고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는 점에서 한계가 많았지요. 경실련은 "전세보증금 피해가 급증하는 만큼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을 통해 모든 임대차 계약에 적용해야 실효성을 거둘 수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임대차 3법 시행이 큰 문제가 아닌 만큼, 사람들의 관심은 실효성과 실제 세입자의 설움을 얼마나 보듬어줄 수 있는지에 쏠리는데요. 추가 대책이 나올수록 논란을 거듭한다는 문재인 정부 부동산 대책의 위상을 바꿀 주역이 될 수 있을지도 궁금하고요. 무엇보다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국회와 정부의 세심한 눈길과 손길이 필요한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