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정보통신기술(ICT) 인프라는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정작 우리 기업의 ICT기술 활용도는 떨어지고, ICT 서비스산업은 외국기업에게 선점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30일 '한국 ICT산업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이 밝히며, 한국 ICT기업의 영세성이 뚜렷해 기업당 매출액은 세계 평균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ICT 인프라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2025년 모바일 네트워크 중 5G 비중이 67%로 세계 최고 수준으로 전망되며, 인터넷 평균속도 1위, 광케이블 보급 1위 등 ICT인프라 강국으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기업들의 ICT 활용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이하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경련은 2018년 기준 OECD 자료를 인용, 한국 기업들의 인터넷을 통한 거래(수주·발주)와 고객관리 및 공급망 관리 분야에서 ICT 기술을 이용하는 기업 비율이 OECD 평균보다 낮다고 밝혔다. 특히 4차 산업혁명의 유망분야인 클라우드와 빅데이터 분야에서 선도국과의 격차가 두드러졌다.
또 보고서는 한국 ICT산업은 반도체 및 장비 등 ICT제조업에 비해 소프트웨어·플랫폼 등 ICT서비스업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클라우드 시장은 고성장이 예상되는 유망산업이지만 아마존 웹서비스,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기업이 선점하고 있다. 국내 분야별 플랫폼 시장 역시 OTT(인터넷동영상서비스)는 유튜브와 넷플릭스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이 점령하고 있다.
한편 한국 ICT기업은 미국·중국·일본 등 주요 경쟁국뿐만 아니라, 세계 평균에 비해서도 영세한 것으로 분석됐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인 S&P의 capitalIQ에 데이터가 있는 ICT기업을 분석한 결과 한국 ICT기업의 기업당 평균 매출액은 2,710억원으로 세계 평균인 7,950억원의 3분의 1수준에 머물렀다.
보고서는 한국 ICT산업의 기술 수준도 주요 경쟁국 대비 뒤처져 있다고 지적했다. 정보통신기획평가원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인공지능, 클라우드, 빅데이터 등 26개 ICT 분야별 평균 기술수준은 선도국인 미국을 100%로 봤을 대 한국은 84.5%에 그쳐, 유럽(92.9%), 일본(88.9%), 중국(86.1%)보다 뒤쳐졌다. 미국과의 기술격차는 1.4년에 이른다.
유환익 전경련 기업정책실장은 "훌륭한 ICT인프라를 보유한 한국이 글로벌 외국기업의 놀이터가 되지 않으려면 ICT산업에 관한 제도 정비가 필수적"이라며 "ICT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선 만성적인 업계 인력부족 문제 해결을 위한 교육환경 개선과 함께 ICT서비스 기업 육성을 위한 창업환경 개선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