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를 타고 가다 넘어지길래 ‘어디 돌부리에 걸렸나’ 했지요. 그런데 일어나질 못하더라고요. 가까이 가서 보니 얼굴이 하얗게 변하면서 숨을 쉬지 않더라고요."
지난 21일 오전 6시47분쯤 평소처럼 경북 포항공과대학교(포스텍) 내 사무실로 출근해 바로 옆 현장으로 나선 박정업(58) 포스코건설 소장은 자전거를 타고 자신의 앞을 지나던 남성이 넘어져 일어나지 않자 ‘심상치 않다’는 걸 직감했다. 직원들과 포스텍 학생들까지 달려와 부축했지만, 남성은 전혀 몸을 가누지 못했다. 박 소장은 불현듯 현장 내 안전관리를 총괄하는 옥승현(43) 안전관리팀장이 떠올랐고 다급히 그를 불렀다.
박 소장의 목소리에 곧장 달려 온 옥 팀장은 쓰러진 남성이 심정지 상태인 것을 확인하고 심폐소생술을 시도했다. 깍지 낀 양손으로 가슴압박을 시도하자 하얗게 변했던 남성의 얼굴은 금세 혈색이 돌아왔다. 하지만 '고비를 넘겼다' 싶어 압박 횟수를 늦추면 이내 하얘졌다. 결국 사무실에 있던 비상용 심장제세동기(AED)까지 꺼내 들었다. 땀을 뻘뻘 흘리는 옥 팀장을 도우며 남성의 상태를 지켜보던 직원들은 휴대전화를 들고 쉴새 없이 119신고 전화를 걸었다.
박정업 소장은 "구급차가 도착할 때까지 한 10분 정도 걸린 것 같은데 마치 1시간처럼 길게 느껴졌다"며 "직원 여러 명이 언성을 높이며 119로 계속 전화하는데도 차분히 조치하는 옥 팀장의 모습이 참으로 대단했다"고 말했다.
구급차가 도착하고 구급대원들이 들것으로 환자를 옮기자, 옥 팀장은 그제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의식을 잃었던 남성은 병원으로 이송된 후 곧바로 회복해 퇴원했다. 가족들은 건설 현장을 수소문했고 직원들에게 거듭 감사 인사를 전했다.
옥승현 팀장은 안전관리자로 현장에서 안전모 착용 등 사고 위험을 관리하지만 인명사고 시 응급조치까지 맡고 있지는 않다. 근로자가 갑자기 쓰러지거나 다쳤을 때 응급조치에 나서는 직원은 보건관리자로, 공사금액 800억원 이상(아파트 약 700세대 규모) 현장에 상주한다. 그가 근무하는 포스텍 캠퍼스 안 인큐베이팅 건설 현장은 근로자 70명이 일하는 소규모 현장이라 보건관리자가 없다. 옥 팀장은 평소 수영을 비롯한 운동을 좋아해 적십자 수상안전강사 자격증을 취득했고, 인명구조 교육을 받은 덕에 의식을 잃고 쓰러진 남성을 구할 수 있었다. 그는 이전에도 현장에서 쓰러진 근로자 2명을 심폐소생술로 구했다.
옥 팀장은 "내가 아니라도 다른 직원 중 누군가가 심폐소생술이나 심장제세동기로 쓰러진 남성을 살려냈을 것"이라며 "의식을 잃은 분이 다행히 사람이 많은 건설 현장 옆을 지나다 넘어진 것을 보면 하늘이 그 분의 목숨을 구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경북 포항남부소방서는 심정지 환자에게 신속ㆍ정확한 응급조치로 소중한 생명을 지킨 옥승현 포스코건설 안전관리팀장에게 하트세이버(Heart Saver) 인증서를 수여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