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상 앞에 무릎 꿇은 남성상, '아베 총리' 아니라지만...

입력
2020.07.28 18:01
한국자생식물원장 "누구라고 특정하지 않아"
논란일자 예정했던 제막식 취소하기로

화재로 휴관했다 지난달 개원한 강원도의 한 민간식물원이 소녀상 앞에 무릎을 꿇고 사죄하는 남성상을 전시해 물의를 빚고 있다. 해당 남성이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를 암시하는 게 아니냐는 것인데, 일본 정부가 강하게 불쾌감을 표시하고 있어 자칫 외교 문제로 비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강원 평창군에 있는 한국자생식물원은 지난달 6일 개원하면서 식물원 내 잔디밭에 '영원한 속죄'라는 명칭의 조형물을 설치했다. 해당 조형물은 그루터기에 앉아 두 손을 무릎 위에 모은 한복 차림의 소녀와 그 앞에 무릎 꿇고 엎드린 양복 차림의 남성으로 구성돼 있다. 조형물 이름처럼 남성이 여성에 속죄를 하는 모양으로, 일부 언론이 이를 아베 총리로 특정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식물원 측은 해당 남성이 아베 총리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김창렬(72) 한국자생식물원장이 사비를 들여 제작한 것으로 정치적 의도는 전혀 없다는 것이다. 김 원장은 27일 일본 교도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아베 총리를 특정한 것이 아니고, 사죄하는 입장에 있는 모든 남성을 상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28일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책임있는 사람이 사죄하는 모습을 꼭 보고 싶은 마음을 담았을 뿐 누구라고 특정한 것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조형물이 언론의 주목을 받으면서 28일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까지 나서 "국제 의례상 허용되지 않는다"고 반발하자 식물원 측은 내달 10일 열기로 했던 제막식을 취소했다.



세종= 김진주 기자 pearl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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