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상 앞에 무릎 꿇고 속죄하는 남성의 모습을 담은 조형물이 외교갈등으로 비화할 조짐을 보이자 평창의 한 민간 식물원이 예정했던 제막식을 취소했다.
강원 평창군 대관령면에 자리한 한국자생식물원은 다음달 10일 식물원 내 잔디밭에서 제막식을 열고 조형물을 공개할 예정이었다.
'영원한 속죄'(A heartfelt apologyㆍ永遠の贖罪)라는 이 조형물은 그루터기에 앉아 두 손을 무릎 위에 모은 한복 차림의 소녀와 그 앞에 무릎 꿇고 엎드린 남성의 속죄를 형상화했다.
조형물을 제작한 김창렬(72) 한국자생식물원장은 28일 "특정 인물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소녀에게 사죄하는 모든 남성을 상징하는 것"이라며 "'아베 총리도 조형물의 남성처럼 사죄하면 얼마나 좋을까'라고 언급한 것이 오해를 불러온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이어 "사회적인 문제로 이슈화되는 것도 바라지 않는다. 한일 양국이 서로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제작한 것인데 오히려 문제가 된 것 같아 당황스럽다"며 "다음달 계획했던 조형물의 제막식을 취소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때는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지난 역사의 잘못을 진심으로 반성하고 정중히 사죄한 후 새로운 멋진 일본으로 거듭나길 기원하는 마음으로 '영원한 속죄'라는 명칭의 조형물을 잔디광장에 건립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일본 정부는 이날 한국에 있는 한 민간 식물원에 설치됐다고 보도된 조형물에 대해 "만일 보도가 사실이라면 한일관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논평했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이날 오전 정례 기자회견에서 관련 질문에 "우선 사실 여부는 확인하지 않았지만, 그런 것은 국제의례상 허용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