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고위 공직자 다주택 처분 카드를 꺼내들면서 당사자인 경기도 공직사회는 크게 술렁였다. 내부에서 설마설마 했던 일이 현실로 닥치자 “당혹스럽다”는 반응이 상당수 나왔다. “근본적인 집값 안정책을 펴야 하는데, 공무원만 때려 잡으려 한다”는 불만도 만만치 않게 표출되는 분위기다.
28일 이 지사가 발표한 ‘경기도 부동산 주요 대책’은 경기도청을 흔들기에 충분했다. 도청 4급 이상 공무원(시군 부단체장 포함)과 산하 공공기관의 본부장급 이상 임직원 중 2주택 이상 소유자에게 실거주용 1주택을 제외한 나머지 소유 주택을 연말까지 모두 처분하라는 게 뼈대다. 대상은 94명이다.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인사 불이익을 주겠다는 게 이 지사의 방침이다.
이 지사는 헌법이 보장하는 재산권 침해 우려와 관련해 이날 "여성 우대나 소외지역 배려처럼 인사권자의 절대적 고유 재량이어서 헌법 위반은 없다"며 "강제하는 것이 아니고 인사에 반영할 테니 알아서 하라고 (권고)하는 취지이기 때문에 재산권 침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부동산에 투기, 투자하고 싶으면 공직을 맡지 말아야 한다. 돈과 권력 중 하나만 가져야 한다"며 "상대적 박탈감을 주는 불로소득은 누군가의 피눈물"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한 반응은 두 분류로 갈렸다. 이 지시가 시한으로 정한 6개월 내 가급적 팔겠다는 ‘수긍’쪽과 “너무 일방적”이라며 불만을 드러내는 쪽으로 나뉘었다.
다주택자인 한 간부 공무원은 “올해 연말까지 지방에 있는 주택을 처분할 계획”이라며 “이 지시가 부동산 값을 잡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한만큼 공직자가 따라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다른 간부 공무원은 “부동산 값 안정화에 공무원이 솔선수범한다는 취지에서 정책에 공감한다”고 긍정적 반응을 내놨다.
그러나 겉으론 수용하지만 일방적인 발표에 불만도 급속히 퍼지고 있다. 시장경제 원리가 작동하는 자유민주주의에서 사유재산인 주택 처분을 압박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대표적이다.
경기도의 한 부단체장은 “공무원이 뭐 희생양이냐"며 “부모 부양 같은 개인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집을 팔라는 것은 부당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간부 공무원은 “다주택 처분을 권고할 수는 있으나, 그렇다고 인사상 불이익을 주겠다는 것은 가혹하다”고 지적했다.
이 지사의 조치가 광역단체장의 고도의 행정행위인지, 법적인 문제는 없는지 논란이 증폭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와 관련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공무원 인사 때 도덕성, 성실성, 업무능력 등 기준이 포괄적이다"며 "결국 인사권자의 해석에 달린 문제"라고 말했다.
다주택 처분 조치가 사회적 이슈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온 이 지사로선 당연한 수순아니겠냐는 반응도 많다. "정치적 이벤트 아니겠냐"는 평가절하하는 목소리 역시 나온다.
경기도 한 공무원은 “이 지사가 각종 현안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온 만큼 이번에도 모든 지자체장이 머뭇거리는 사이 선봉에 선 것”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일선 시군의 한 공무원은 “이 지사가 대권행보를 위한 이벤트성 정책을 그만 했으면 좋겠다”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다주택자를 적으로 몰아 세워선 곤란하고, 정책으로 집값을 잡아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 부동산전문위원은 “이지사가 집값을 잡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표현한 측면에서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장기적으로 주택시장 과열 현상에 초점을 맞춰 부동산 제도 개선을 통해 집값 안정책을 강구해야 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