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김모(24)씨가 최근 성폭행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다가 월북한 것과 관련해 다른 탈북민들은 재입북 사례가 과거에도 있었고 북한 당국도 과거와 달리 재입북자를 처벌하지 않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인천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탈북민 A씨는 28일 본보와 서면인터뷰에서 "탈북민 관련 소문은 빨리 돈다"며 "재입북한 탈북민 얘기를 들어봤는데, 보통은 중국을 통해 넘어간다"고 말했다.
그는 "탈북하다 걸리면 (일반인은) 교화소로, (당) 고위 간부들은 정치범 수용소로 가는데, 탈북했다가 재입북한 경우 예전에는 처벌을 했지만 지금은 안 하는 걸로 알고 있다"며 "북한에 있는 가족에 대한 죄책감, 그리움, 한국사회에 대한 부적응이 재입북의 가장 큰 이유로, 탈북민에 대한 지원이 많고 적고는 상관이 없는 듯하다"고 말했다.
북한 당국은 2, 3년 전부터 재입북하는 탈북민에 대해 유화 정책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입북자가 갖고 들어온 외화 등을 뺏지 않고 처벌 없이 삶을 보장하는 내용인데, 한국에서 성폭행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가로챈 지인 돈을 달러로 환전해 월북한 것으로 알려진 김씨에게도 해당될지 여부는 미지수이다.
탈북민들이 활동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김씨의 월북을 계기로 과거 재입북한 탈북민들에 대한 글들이 올라왔다.
한 탈북민은 '재입북한 혜산 사람 사례 올립니다'라는 글에서 '2015년 (압록강 연안에 있는) 혜산 출신 장모씨가 두 아들을 위해 재입북했다가 국가안전보위부에 잡혀서 6개월 동안 강연을 뛰고 집 하나 배정 받아서 살고 있는데, (최근) 한국에서 잘 먹고 잘 살던 얘기만 한다고 한다"고 썼다.
다른 탈북민은 김씨의 월북 관련 글에 '96년 개성에서 강화로 헤엄쳐 건너온 최승찬씨는 몇 년간 착실히 일해 5,500만원을 들고 북(에 있는) 처자식 때문에 다시 월북해 주변에 돈을 나눠주는 등 인심을 써 그냥 살고 있는 것 같은데 김씨는 아오지 갈 운명 같은데 바보 같은 선택'이라는 댓글을 달기도 했다.
재입북하는 탈북민이 최근 5년간 100여명에 이른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탈북민 출신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이날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통일부는 지난 5년간 11명 정도 있었다고 말하지만 그것은 북한에서 기자회견장에 내세운 사람만이다"라며 "실제로 공개되지 않은 사람은 아마 100여명도 넘고 중국이나 제3국으로 사라진(연락두절된) 탈북자들은 한 300여명이 된다고 탈북자 사회에서는 알고 있다"고 말했다.
안 소장은 탈북민이 재입북하는 이유에 대해 "뿌리를 내려야 되는데 못 내리는 것"이라며 "결혼도 안 되고 애인도 못 사귀고 자본주의 사회에 적응을 못하기 때문에 다시 전체주의 문화속으로 들어가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김씨는 인천 강화군 강화읍 월곳리 연미정이라는 정자 인근에 있는 배수로를 통해 월북한 것으로 파악됐다. 군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김씨가 연미정 인근 배수로를 통해 월북하는 장면이 담긴 영상을 확보해 정밀 분석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