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미국과 다르다"…中, 정면충돌 속 차별화 고심

입력
2020.07.28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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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면승부는 美노림수 판단... "개방ㆍ포용이 살 길"
방역 지원으로 입지 넓혔다가 홍콩보안법에 궁지


중국이 미국과의 차별화를 고심하고 있다. 총영사관을 맞폐쇄하며 정면충돌도 불사했지만 공세에 건건이 대응할 경우 결과적으로 미국의 노림수에 말려들 것이란 판단에서다. 이에 봉쇄보다는 개방, 대결보다는 협력을 강조하며 분위기 반전에 나섰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28일 "워싱턴의 핵심 정책은 베이징을 봉쇄하고 중국과 서구의 관계를 최대한 끊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오직 개방을 더 확대하는 것만이 미국의 신(新)냉전 전략을 깰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자 중국의 장기적 발전을 도모할 생명줄"이라고 주장했다. 신문은 "미국의 압박은 중국에게 국가안보의 위협이 된다"고 진단한 뒤 "중국이 공산당을 중심으로 공고히 단결하면서 적극적으로 개방에 나선다면 미국의 반중 봉쇄를 이겨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중국은 미국과의 관계가 자유낙하하는 물체처럼 끝없이 추락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미국이 국제사회에서의 역할을 확대하려는 중국을 지속적으로 견제할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천지민(陳積敏) 공산당 중앙당교 국제전략연구원 교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집권 이후 위험과 도전, 불확실성으로 가득찬 양국 관계의 민낯이 여실히 드러났다"면서 "변수가 너무 많고 복잡해 중국의 앞날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천 교수는 다만 미국과 1대1로 맞서기보다 세를 키워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협력하면 서로 이익을 얻고 싸우면 모두 다친다'는 원칙에 따라 단호하게 대응하되 미국의 압박이 통하지 않도록 중국의 우군을 많이 만들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에 중국은 개방과 교류를 통해 국제사회에서 입지를 넓히는 데 주력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한창이던 지난 4월 금융시장을 완전 개방했고 6월에는 주식ㆍ채권 투자한도를 폐지했다.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지난 13일 "국제 환경의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정세가 여전히 엄중하지만 개혁ㆍ개방을 더 강도 높게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실제 중국은 코로나19 국면에서 100여개 국가에 방역물자와 의료진을 지원하며 존재감을 과시해왔다. 미국이 유럽과 마스크 물량 확보전을 벌이고 백신을 독점하려 각국과 얼굴을 붉혀온 것과는 대조적이다. 하지만 홍콩보안법 시행 등으로 국제사회의 지탄을 받으면서 중국은 다시 코너에 몰려 있는 상태다. 글로벌타임스는 "포용하는 중국은 봉쇄로 일관하는 미국보다 더 많은 지렛대를 확보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베이징= 김광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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