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엄 월북’을 둘러싼 군 경계태세의 빈틈이 속속 확인되고 있다. 탈북민 김모(24)씨의 재입북 직전 행적이 군 감시장비에 잡혔는데도 미리 막지 못했고, 철조망은 노후화돼 작은 체형의 김씨가 빠져나가는 데 아무런 방해가 되지 않았다. 북한이 보도하기 전까지 재입북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군 수뇌부는 결국 고개를 숙였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28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헤엄 월북’과 관련된 의원들의 지적에 “국방과 관련된 책임의 끝은 국방부 장관에게 있다. 저는 무한 책임을 가지고 있고 국민들께도 송구하다”고 사과했다. 지난해 북한 목선 삼척항 입항, 제주 해군기지 민간인 불법 침입, 충남 태안 중국인 밀입국 선박 경계 실패에 이은 4번째 사과다. 그는 이어 “백 번 지적 받아도 할 말이 없다”,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고도 했다. 각 군의 작전을 지휘하고 감독하는 박한기 합동참모본부 의장도 “사안의 엄중함을 인식하고 책임을 깊이 통감한다”고 했다.
군 수뇌부는 북한이 김씨의 재입북 사실을 공개한 26일까지 일주일 넘게 관련 사실을 몰랐던 것으로 확인됐다. 정 장관은 해당 사안 인지 시점을 묻는 이채익 미래통합당 의원의 질문에 “(26일) 아침 7시 전후에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전화를 받고, 바로 합참에 확인을 시켰다”고 말했다. 북한 보도 전까지는 관련 사실을 몰랐다는 이야기다.
철책 아래 배수로를 통해 한강 하구를 건너간 김씨의 재입북 루트도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박 의장은 “배수로에서 강으로 이어지는 지점에 철근 구조물과 윤형 철조망이 있는데 월북 인원(김씨)의 체형은 163㎝, 54㎏로 왜소했고 장애물이 노후해 이를 벌리고 나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월북 시점이 만조 때라 (배수로를 탈출한 후) 부유물이 떠오른 상황에서 구명조끼를 착용하고 머리만 내놓고 떠서 갔을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의 재입북 전후 행적은 군 감시 장비에도 담긴 것으로 확인됐다. 김준락 합참 공보실장은 이날 국방부 정례브리핑에서 “(김씨가) 연미정 인근에 있는 배수로를 통해 월북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감시 장비에 포착된 영상을 정밀 분석 중에 있다”고 밝혔다. 군 감시장비에 김씨가 찍혔는데도 재입북을 막지 못했다는 이야기다.
다만 군 당국은 경계대비태세의 허술함은 인정하지 않았다. 정 장관은 “우려하는 바처럼 우리의 경계작전 태세가 그렇게 취약하지 않다”며 “저도 오늘 국방위에서 경계 실패로 지적을 받고 있는데 북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북한은 우리보다 더한 경계 실패에 대한 책임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북쪽 해안으로 건너간 김씨가 인민군에 포착되지 않고 개성 시내에서 발견됐기 때문이다.
박 의장도 “아침, 저녁으로 현장 정밀 점검을 해도 이상한 점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장애물(철조망) 훼손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상황”이라며 “입수한 몇 가지 (영상) 화면을 봐도 식별하기 대단히 어려운 점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