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케이블TV 업계 5위인 현대HCN이 KT스카이라이프로 돌아가면서 KT그룹이 사실상 유료방송 업계 1위 굳히기에 들어갔다.
현대HCN은 27일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KT스카이라이프를 선정했다고 공시했다. 현대HCN 5대 케이블 업체 중 5위다. 가입자는 131만명(점유율 3.95%)으로 가장 작지만 지난해 매출 2,928억원과 영업이익 408억원을 가져올 만큼 우수한 재무건전성이 장점이다. 사업권은 서울 서초, 동작을 비롯해 부산ㆍ대구 등 대도시 중심이다. KT스카이라이프는 가입자 당 40만원대 초반에 책정, 5,000억원대 금액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인수합병(M&A)가 성사될 경우엔 KT그룹의 유료방송 시장 점유율은 35.47%로 올라선다. LG유플러스와 LG헬로비전이 24.91%,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가 24.17%로 경쟁사를 10%포인트 이상 앞선 수치다.
사실 지난 수년 간 유료방송 시장이 인터넷(IP)TV로 빠르게 재편되면서 인터넷TV(IPTV)업체들의 케이블사 M&A는 정해진 수순으로 보였다. 주로 케이블 업체 가입 고객들을 자사의 IPTV와 이동통신을 결합한 상품으로 유인하기 위한 목적에서 M&A가 진행됐었다. 현대HCN 매각 본입찰에도 LG유플러스, SK브로드밴드, KT스카이라이프 3사 모두 참여했다.
국내 유일의 위성방송사인 KT스카이라이프는 자사 가입자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케이블 업체 인수를 통해 성장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KT스카이라이프의 유료방송 시장 점유율은 2017년 상반기만 해도 10.53% 수준이었지만 2018년 하반기 9.95%, 2019년 하반기 9.56% 수준으로 감소했다. 유료방송 1위 사업자인 KT는 자회사를 통해 M&A를 진행하면서 시장 지배력 확대에 따른 독과점 논란을 피한다는 계획이었다. 유료방송 시장 합산 점유율을 33.33%로 제한하는 합산규제도 이미 2018년 6일 27일 일몰됐다.
하지만 과거에도 KT스카이라이프의 케이블사 M&A가 공공성을 이유로 무산된 만큼 향후 어느 수준의 인가조건이 제시될 지 관심이 모인다. 현대HCN M&A는 공정거래위원회, 방송통신위원회,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기업 결합 심사 등을 통과해야 한다. 2018년 KT스카이라이프는 딜라이브 인수를 시도했으나, 유료방송 독과점 관련 국회와 정부의 우려에 따라 전면 중단했다. 당시 여당을 중심으로 난시청 해소, 통일 매체, 재난방송 등의 공적 역할을 기대하고 독점 위성방송 사업권을 부여받은 KT스카이라이프가 KT의 가입자 확보를 위해 케이블사 인수전에 참여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었다. KT는 최근 정부와 국회에 현재 유료방송 시장에서 M&A가 필요한 배경과 공공성을 강화 방안 등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현대HCN에 대한 M&A가 시작되면서 시장에 매물로 나온 딜라이브(5.98%)와 CMB(4.58%)에 대한 향배도 관심이 쏠린다. 업계 2~3위인 LG유플러스 계열과 SK브로드밴드 계열의 점유율 차이가 0.74%포인트에 그쳐 앞으로의 M&A에 따라 시장의 판도도 바뀔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KT그룹의 시장 지배력 확대에 따른 공정위 심사와 KT스카이라이프의 재무 및 공공성 문제가 M&A 심사의 핵심이 될 것"이라며 "남은 2개 케이블사에 대한 LG와 SK의 접근 전략도 지켜봐야할 이슈"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