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의 제자로 복제견 실험을 주도했던 이병천(55) 서울대 수의대 교수가 검찰의 수사를 받고 구속 위기에 몰리게 됐다. 검찰은 이 교수가 자녀와 조카의 입시비리, 연구비 부정 등 다양한 비리에 개입한 것으로 보고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형사7부(부장 변필건)는 지난 24일 이 교수에게 위계공무집행방해, 업무방해, 사기, 동물보호법 위반 등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 교수 구속 여부는 28일 오전 10시 30분 서울중앙지법에서 김동현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결정된다.
이 교수가 받는 혐의는 크게 입시비리와 연구 과정에서의 부정행위다. 이 같은 내용은 지난해 경찰 수사 과정에서도 일부 확인됐다. 2014년 자신의 조카가 서울대 수의대학원 석ㆍ박사 통합과정에 지원했을 때 직접 문제를 출제한 혐의(업무방해), 복제견 실험 과정에서 동물실험윤리위원회 승인 없이 국가 사역 동물을 실험에 쓰고 무자격자인 개농장 주인에게 동물 체액을 채취하게 한 혐의(동물보호법 위반) 등을 받고 있다.
경찰에서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이 추가 수사를 진행한 결과, 이런 혐의 외에 자녀를 논문 공저자에 등재하고 편입학을 부정 청탁한 혐의(위계공무집행방해), 연구비 부정 사용(사기) 혐의도 드러났다. 추가 혐의들은 각각 교육부와 서울대가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던 사건들이다.
구체적으로 이 교수는 2012년 자기 논문에 당시 미성년자이던 아들을 제2 저자로 올리는 등 수차례 부당한 공저자 등재를 반복해온 것으로 파악됐다. 이 교수는 아들에게 이런 경력을 만들어 주며 아들을 2015년 강원대 수의학과로 일반 편입시켰다. 이 교수는 이 과정에서 편입시험 면접관에게 부정한 청탁을 한 의혹도 받고 있다.
이밖에도 또 연구비로 실험용 개를 사들일 때 회계 장부를 제대로 작성하지 않고 부정한 거래를 하거나, 외부 연구원 인건비를 초과 지급하고 외국인 유학생에게 생활비를 약속대로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산학협력단 자체 감사를 통해 연구비 부정 사용을 확인한 서울대는 올해 2월 이 교수를 직위해제하고 징계위원회에 이 교수를 중징계 해달라고 요구한 상태다. 특별감사에서 자녀 입시비리를 확인한 교육부도 강원대에 이 교수 아들의 입학 취소를 통보했다.
이 교수는 2005년 터진 줄기세포 논문 조작 사건으로 서울대에서 파면된 황우석 전 교수의 제자로 잘 알려져 있다. 황 전 교수와 함께 세계 최초로 개 복제를 성공시키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