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주가 미지근한 이유, 외인-동학개미 치열한 공수교대

입력
2020.07.28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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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투자자들이 이달 들어 '코리아 대장주' 삼성전자 주식을 1조원 넘게 사들이고 있다. 지난 3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폭락장에서 한 달새 5조원 가까이 순매도했던 것과는 정반대 행보다.

업계에선 코로나 충격에도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을 낸 삼성전자의 '괴력'이 투자 매력을 높였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여기에 달러화 약세 흐름도 외국인의 신흥국 투자를 유혹하고 있다. 그럼에도 최근 삼성전자 주가가 생각만큼 치솟지 않는 것은, 물밑에서 '동학개미' 군단과 치열한 손바뀜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시작된 외인 '삼전 매수'

27일 주식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보다 2.58% 오른 5만5,6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장 초반부터 삼성전자를 사들인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날만 3,892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이달 들어 외국인의 삼성전자 순매수 규모는 1조4,398억에 달한다. 7월 외국인의 최대 순매수 종목도 삼성전자다. 두 번째로 순매수한 LG전자(1,989억원)와 무려 1조2,000억원 이상 차이가 난다. 그만큼 최근 외국인의 삼성전자 매수세가 뜨겁다는 의미다. 지난 3월 삼성전자를 4조9,515억원어치 내던지며 한국 시장을 빠져나간 것과는 대조적이다.


실적 기대에... 패시브 추종 자금 몰려

외국인의 삼성전자 집중 매수세는 기본적으로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코로나19 충격 속에서도 2분기(4~6월)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22.7% 증가한 8조1,000억원을 기록했다. 박성순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반도체 라이벌 인텔의 신제품 출시 지연으로 삼성전자가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커진데다, 올 하반기 휴대폰과 가전 등 실적도 개선될 것으로 전망돼 외국인 자금이 몰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달러 약세(원화 강세)도 외국인을 한국 주식시장에 끌어들이고 있다. 통상 달러값이 떨어지면 환차익까지 노릴 수 있는 신흥국으로 외국인 자금이 몰리는데, 이 때 우선적으로 매수하는 종목은 대체로 삼성전자와 같은 우량주다. 이재만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비(非)달러 자산에 대한 관심이 확대돼 국내 패시브 주식형으로 글로벌 자금 유입이 진행될 가능성이 있어 시가총액 비중이 큰 종목으로 외국인의 관심이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개미 '차익실현'에 주가 상승은 주춤

반면 국내 개인투자자들은 외국인과 180도 다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달 들어 개인은 삼성전자를 1조489억원어치나 순매도했다. 지난 3월 폭락장에서 삼성전자를 사모으며 '동학개미운동'을 펼쳤던 개인들이 최근 적극적인 차익실현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 때문에 외국인 투자금의 대량 유입에도 삼성전자 주가는 속 시원하게 오르지 못하고 있다. 이달 상승률은 5.7%에 그친다. 지난 3월 기록한 연중 저점(4만2,500원) 대비 주가 상승률 역시 30.8%정도다. 이 기간 코스피 상승률(52.2%)의 약 60% 수준으로 연중 고점(6만2,400원)까지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

개인들은 대신 삼성전자에 비해 주가 상승이 주춤했던 우량주 SK하이닉스를 이달 들어 7,488억원어치 사들였다. 최근 코로나19 재확산 국면에서 주가가 급등하다 주춤해진 네이버(5,239억원)과 카카오(4,882억원) 역시 개미들의 집중공략 대상이다.

조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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